[OSEN=김대호 객원기자]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주목거리중 하나가 구심의 스트라이크존이다. 페넌트레이스에 비해서 스트라이크존이 눈에 띄게 인색해 졌다는 것이 각팀 사령탑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대해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은 “좁아진게 아니라 정확하고 집중력있게 판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이 엄격해진 것은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 앞서 김성근 SK 감독이 밝혔듯이 바람직한 현상이다. 국내 투수들의 제구력 향상을 가져올 뿐 아니라 전체적인 프로야구의 발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만은 이 깐깐한 스트라이크존이 SK에겐 '독’이 됐다. SK 선발 김광현은 전형적인 슬라이더 투수다.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두 구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김광현이 이날 두산 타자들에게 고전한 것은 바로 슬라이더였다.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짐에 따라 구심은 좌우폭에 인색해 졌고, 김광현은 초반부터 구심의 판정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상하로 변하는 커브가 주무기인 랜들은 스트라이크존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1회초 두산 1번 이종욱과 2번 오재원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다 연속 볼넷을 내준 김광현은 다행히 위기를 넘겼지만 6회 2사후 강판될 때까지 제구력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2회들어 김광현은 직구 위주로 투구패턴을 바꾸고, 피처플레이트를 1루쪽으로 바짝 옮겼지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피칭을 거듭했다. 5⅔이닝 동안 볼넷 6개에 투구수 110개. SK가 자랑하는 에이스는 결국 김성근 감독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인 스트라이크존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김광현은 앞으로 4차전, 또 7차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남은 시간 동안 슬라이더의 활용방안과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대해 나름 연구를 하겠지만 다음 등판에서 또다시 슬라이더의 태생적 한계에 의한 볼넷을 남발한다면 SK의 한국시리즈 2연패도 그 만큼 험난해질 전망이다. SK 선발 김광현이 26일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마음먹은대로 투구가 들어가지 않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인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