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차전] 김경문의 '대기 전략', 김광현을 무너뜨리다
OSEN 기자
발행 2008.10.26 17: 49

"투구수가 많아지면 투수가 불리해지게 마련".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의 '김광현(20. SK 와이번스) 상대 전략'이 들어 맞았다. 김 감독은 2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김광현의 공을 기다리는 전략으로 나가겠다. 투구수가 늘어나게 해 흔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김광현 공략'은 6회가 되자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평소 '적극적인 공략'을 제창하던 김 감독의 이야기와 달리 빠른 대결을 가져가지 않던 두산 타자들은 5회까지 볼넷 5개에 안타 3개를 뽑고도 단 1점을 뽑아내는 데 그치며 '잔루전'으로 경기 양상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듯 했다. 그러나 6회가 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두산은 6회 1사 후 김동주(32)의 좌익수 방면 2루타로 단숨에 득점 찬스를 만들었고 홍성흔(31)의 2루 땅볼과 고영민(24)의 볼넷으로 2사 1,3루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아웃 카운트 하나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던 '위기이자 기회'였던 장면이었다. 김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올시즌 김광현을 상대로 3할6푼4리(11타수 4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였던 최준석(25)이었다. 김재호(23)에 비해 수비력이 안정된 주전 유격수 이대수(27)를 교체하는 강수를 둔 터라 최준석이 범타로 물러났을 경우 두산에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던 전략이었다. 그러나 최준석은 '인내심 있는 타격'으로 귀중한 결승타점을 올리며 감독의 기대에 120% 부응했다. 김광현을 상대로 4개의 단타만을 양산했던 최준석은 초구에 힘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헛스윙을 보여주며 대타 작전 실패의 복선을 암시하는 듯 했으나 4구째까지 인내심 있게 볼을 골라내는 모습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투수를 압박하는 1-3 볼카운트를 만들어낸 최준석은 치기 좋은 공이 오자 그대로 당겨 쳤고 이는 3루 파울 라인을 절묘하게 타고 올라가는 좌익선상 2루타가 되었다. 3루 주자 김동주가 홈을 밟은 후 상대 좌익수 박재상(26)이 타구를 더듬는 사이 1루에 있던 고영민까지 홈 플레이트를 파고 든 귀중한 2루타였다. 두산은 7회 김현수의 쐐기 1타점 좌전 안타까지 포함해 5-2로 첫 승리를 신고했다. 최준석 타석까지 총 110개의 공(스트라이크 60개, 볼 50개)을 던진 김광현은 결국 윤길현(25)에게 바통을 넘기며 5⅔이닝 5피안타(사사구 6개, 탈삼진 4개) 3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간 뒤 패전 투수의 멍에를 썼다. 많은 볼을 던진 것이 김광현의 직접적인 패인이었으나 타자들에게 '기다려'를 외친 김 감독의 명령을 최준석이 제대로 성공시킨 경기였다. farinelli@osen.co.kr 6회초 2사 주자 1,3루 두산 최준석이 좌중간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린 후 대주자와 교체한 후 덕아웃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문학=민경훈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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