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주도에서 두산과의 첫 시범경기를 치른 후 김성근 SK 감독은 두 명의 투수에 대해 경계감을 내비쳤다. 시범경기서 갑자기 나타난 두산의 강속구 중간 투수들인 이재우(28)와 이재영(29)에 대해 김 감독은 “어디서 나온 투수들이냐”며 궁금해했다. 이에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이라는 답변에 “그냥 더 군대에 있으라고 하지”라고 농담을 하며 둘의 날카로운 구위에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에 날카로운 변화구까지 장착한 투수들이었으니 김 감독이 놀랄만도 했다. 김 감독의 예상대로 이재우는 두산의 특급 ‘믿을맨’으로 자리를 굳혔다. 이재영은 시즌 중 LG로 트레이드됐지만 안정된 구위라는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이재우는 구원으로 두자리수 승수(11승)를 올린 것은 물론 2세이브 17홀드에 방어율 1.55로 두산 마운드의 핵으로 맹활약했다. 김성근 감독이 이처럼 두산의 ‘신무기’로 경계했던 이재우가 포스트시즌에서 진가를 더욱 발휘하고 있다. 이재우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서 4차례 등판해 2세이브 1홀드를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했다. 구원투수로서 10이닝을 던져 2실점만을 기록하며 특급 불펜의 진가를 톡톡히 보여줬다. 이재우의 자신감 넘친 투구는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SK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이재우는 3-1로 역전에 성공한 6회 선발 랜들에 이어 구원등판, 3.2이닝 동안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세이브를 따냈다. 김성근 감독이 경계했던 최고구속 시속 147km의 빠른 볼과 ‘악마의 슬라이더’라는 주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SK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은 것이다.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전 이정훈(전 LG 코치) 본지 해설위원은 “작년 한국시리즈 때와 달라진 점이라면 두산의 이재우이다. 작년 두산 전력에서 없던 선수로 SK가 고전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점쳤는데 1차전부터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 위원은 “이재우의 변화구가 예리하다. 타자들이 공략하기 쉽지 않은 구위”라고 평했다. 사실 지난 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양팀 전력 중에서 두산은 에이스인 선발 리오스가 빠졌지만 새얼굴 이재우가 가세했다. 어떻게 보면 이재우는 선발인 리오스보다도 구원으로서 전천후로 등판할 수 있어 한국시리즈 같은 단기전에서는 더욱 쓸모가 있는 전력요인이다. 1차전에서 다소 긴 이닝을 소화, 앞으로 한 두경기는 등판이 힘들어보이지만 작년에 없던 두산의 전력인 이재우가 SK에 작년 패배를 설욕하는 선봉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sun@osen.co.kr 1차전서 세이브를 따낸 후 포수 채상병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기뻐하고 있는 이재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