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에 이물질?…실패로 끝난 TB의 '블랜튼 흔들기'
OSEN 기자
발행 2008.10.28 06: 01

[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큰 경기에서의 상대 투수 흔들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도 예외는 아니다. 2년전 케니 로저스(디트로이트)의 송진액 사건이 여전히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월드시리즈에서도 같은 논란이 재현됐다. 결과적으로 이물질은 없었다. '실패한 상대 투수 흔들기'만 있었을 뿐이다. 28일(한국시간) 열린 월드시리즈 4차전. 2회말이 끝난 뒤 조 매든 탬파베이 레이스 감독은 구심 톰 핼리언 씨에게 다가갔다. "필라델피아 투수 조 블랜튼의 모자에 이물질이 묻어 있다"며 조사를 의뢰했다. 모자 챙 끝에 검정색 이물질이 뚜렷하게 목격됐는데, 송진액 덩어리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블랜튼은 모자를 벗었다 썼다 하며 문제의 검은 부분을 수시로 만졌다. 의뢰를 받은 핼리언 씨는 모자 대신 공을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 송진액을 만졌으면 공에 '증거'가 남았을 테니 그것을 알아보겠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공에는 이렇다할 이물질이 발견되지 없었고, 경기는 문제 없이 속개됐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매든이 발견한 모자 챙의 '검은 부분'은 도대체 무엇일까. 지에 따르면 블랜튼의 해명은 이렇다. "날씨가 춥다 보니 투수들이 공을 자주 문지른다. 공 표면의 흙이 손에 묻었고, 결과적으로 모자 챙에까지 전달 된 것"이라는 얘기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블랜튼의 챙에만 유독 '지저분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신문에 따르면 블랜튼은 시즌 중반 오클랜드에서 이적한 뒤 한 번도 모자를 바꾸지 않았다. 세탁을 하지 않고 계속 사용하다보니 손끝이 닿는 그의 모자 챙에만 흙먼지 자국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내 모자에도 같은 부분에 같은 물질이 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매든의 이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블랜튼은 동요 없이 6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실점으로 탬파베이 타선을 틀어막았다. 빅리그 5년 동안 한 개도 없었던 홈런을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기록하는 등 북치고 장구쳤다. 블랜튼의 맹활약에 힘입은 필라델피아는 10-2로 대승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 만을 남겨뒀다. 고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탬파베이는 '블랜튼 흔들기'에 실패했고,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벼랑끝에 몰렸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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