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명문 신일고 출신 선후배간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994년 졸업한 대선배 김재현(33, SK)과 2006년 졸업생 김현수(20, 두산)가 가을잔치 최고의 무대에서 웃고 울었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SK와 두산간 맞대결 구도로 결정되자 팬들의 눈은 각 팀의 대표적인 중심타자 김재현과 김동주(32, 두산)의 좌우 거포 경쟁 구도에 모아졌다. 둘은 각각 신일고와 배명고를 다니던 고교시절부터 같은 학년 거포 라이벌로 주목받았다. 김재현이 LG, 김동주가 두산으로 입단한 프로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김재현이 1994년 고교 졸업 후 프로에 뛰어들어 '캐넌히터'가 됐고 4년 후인 1998년 두산 유니폼을 입은 김동주가 4번타자가 되자 다시 관심을 끌었다. 더욱이 작년 한국시리즈에서는 빈볼시비로 감정대립 양상까지 보였고 김재현은 결정적인 2개의 홈런으로 시리즈 MVP가 된 반면 김동주는 2안타로 부진했다. 각자 서로 다른 이유에서의 '한 번 더'를 외치는 두 거포간의 리턴 매치였다. 그러나 김동주가 주춤한 대신 수위타자에 오른 김현수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신했다. 특히 김현수의 플레이오프 때 활약은 자연스럽게 김재현과 좌타자 거포 맞대결에 초점이 모아졌고 둘의 출신고가 신일고라고 알려지며 더욱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 3할5푼7리로 타격 타이틀을 안았고 출루율(.454)에서도 1위를 달려 각팀 투수들의 경계 대상자 명단 맨 위를 내내 장식했다. 정확한 타격 능력에 힘까지 붙었다. 타자들 중 34개로 가장 많은 2루타를 친 것이 간단한 예다. 고교시절 이영민 타격상 출신이라는 잠재된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문턱에 들어서자 주춤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만 홈런 1개 포함 8안타를 집중시켰지만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는 단 1안타에 그쳤다. 9타석 들어서 삼진만 6개다. 번번이 찬스에서 돌아섰다. 반면 김재현은 작년의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29일 한국시리즈 6차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포를 쏘아올렸고 LG 시절이던 지난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부터 27일 한국시리즈 2차전까지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두산 김경문 감독은 "다른 사람들이 김현수에게 한마디하는 말이 김현수 자신에게는 스무마디로 돌아간다. 그 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선구안이 흐트러졌다"면서도 "홈인 서울로 돌아가면 잘해줄 거라 믿는다"고 변함없는 신뢰를 나타냈다. 27일 경기 후 김재현은 그런 후배 김현수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이런 말을 하면 현수가 잘 칠텐데"라며 웃는 얼굴로 입을 연 김재현은 "플레이오프 때 너무 오버한 힘이 이제 조금씩 떨어지는 것 같다. 그 힘을 균등하게 배분해 쓸 줄 알아야 한다. 또 가볍게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서면 다시 원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장소를 두산의 홈인 잠실구장으로 옮겨 치르는 한국시리즈 3차전부터는 어떤 양상을 보일지 12년차 선후배간의 경쟁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letmeout@osen.co.kr 김재현-김현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