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명 건강칼럼] 지난 주 35대 중반의 한 환자가 내원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인데, 내원하기 일주일 전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 이유는 한가지였다. ‘젊은 사람이 술병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 주변 눈치가..’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환자들의 잘못된 편견 중 하나를 또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나 같은 한의사나 양방 전문의가 운영하는 전문 클리닉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평소 자신의 몸 상태를 일반적으로 파악해 큰 질환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예방 역할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내가 운영하는 몇 개 클리닉 중 술과 관련된 ‘숙취’ 클리닉은 더 그렇다. 술을 마실 때는 그 순간 영웅이 되기 위해 폭탄주부터 회오리주 등 대단한 활약을 펼치면서도 그 뒤 생기는 후폭풍은 단순한 ‘술버릇’으로 미뤄 버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술 마신 다음날 병원에 간다고 하면 대부분 이상한 눈으로 본다던지 아니면 그 사람의 인격까지 판단하는 잣대를 대게 되는 것이다. 올 9월 경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 같이 동고동락했던 선후배들과 시쳇말로 ‘크게 달린 적’이 있다. 얼큰하게 취하기 전 얘기를 들어보니 요즘 대형 병원들은 지역 주민과 하나 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편하게 찾아오는 ‘공원 같은 병원’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병원이 단순히 병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친근감 있는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조그만 한의원을 운영하지만 나름대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좀 더 규모가 커지면 그 쪽으로 더 투자할 계획이다. 말이 잠시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자신이 현재 고통 받고 있는 증상을 확인하러 오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내 주변만 하더라도 술고래로 명성을 날리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 중 조그만 벤처기업에서 홍보업무를 하고 있는 한 친구는 겨울만 되면 ‘돼지 한 마리 먹는다’는 말을 할 정도다. 홍보맨들은 예전에 근무했던 대행사 선후배들과 만나 한해를 정리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친구도 숙취 때문에 고생하면서 편하게 지내는 나를 찾는 데는 인색하다. 숙취 때문에 생기는 고통보다 회사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각이 더 무섭다는 것이다. 숙취 때문에 힘들고 고통 받고 있다면 일단 전문 클리닉부터 찾아야 한다. 가끔 과음을 해서 생기는 술병은 그렇다 치지만 다른 이유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 숙취가 이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문 클리닉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진찰을 받지 않는다면 몸 속에서 커지고 있는 큰 병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당장의 손가락질이나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더 큰 미래를 생각해 병원 찾는 습관(?)을 길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글 : 서초구 해우소한의원 김준명 원장] [OSEN=생활경제팀]osensta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