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드라마 ‘바람의 나라’ 연출을 맡고 있는 강일수 PD가 28일 촬영 현장 공개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정진영은 PD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들어 보니 바쁜 촬영 현장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뇌하기 때문이란다. 정진영은 ‘바람의 나라’로 14년 만에 드라마라는 것을 찍게 됐다. 1995년 데뷔 초기 드라마 촬영 후 줄곧 영화 촬영만 해왔다. 정진영은 강일수 PD의 뼈 있는 농담에 “캐스팅 제의 안 들어 온다”며 짐짓 곤란한 체 했지만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 시스템은 판이하게 다르다. 송혜교 역시 4년 만에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안방 극장 컴백하면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미 영화 촬영 시스템에 익숙해진 터라 부담이 많이 됐다”고 털어놨다. 정진영 역시 제작 발표회에서 “영화와 드라마는 촬영 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영화는 적어도 6개월 간의 촬영 기간을 갖는다. 배우들은 완성된 시나리오를 들고 촬영에 임하며 현장에서도 제작진과 끊임없이 영화에 대해, 캐릭터에 대해 질문하고 논의하고 고민한다. 하지만 ‘생방송’이라는 웃지 못할 얘기도 있듯 드라마는 빡빡하고 급박한 스케줄 속에서 만들어진다. 쪽대본이 난무하고 금주 방송분을 금주 촬영하고, 촬영 테이프를 퀵으로 방송국에 보내 방송 1~2시간 전 급하게 편집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촬영 현장은 벅차다 싶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정진영은 “촬영이 빨리 진행되니까 다른 배우들은 감독에게 질문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한다. 하지만 나는 미친 척 하고 과감하게 물어본다. 짬짬이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배우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연차가 어느 정도 있는 배우이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강일수 PD는 “연출자로서 그런 게 새로운 자극이 된다. 작품 초반에는 고민을 많이 하지만 대본이 늦게 나오면 기계적으로 찍기 바쁘다. 정진영은 캐릭터와 대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얼마전 ‘최강칠우’ 종영파티에서 임하룡은 “영화만 하다 드라마 하니 처음에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영화 촬영은 현장에서 여유를 갖고 제작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 간다. 하지만 드라마는 미리 배우들이 충분히 캐릭터를 분석하고 이해해야 바로 촬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작품에 대해 분석할 틈도 없이 기계적으로 ‘드라마를 만들어 내는 것’이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의 현주소다. miru@osen.co.kr 윤민호 기자 ymh@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