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포수는 10승 투수 이상의 몫을 한다고 한다. 한국시리즈 3차전은 포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시킨 한 판 승부였다. 2차전서 타격이 부진했던 두산은 SK 선발 레이번을 맞아 충분한 공략이 예상됐다. 그러나 SK 베테랑 포수 박경완의 노련한 리드와 레이번의 140km 초반대 직구와 체인지업에 두산 타자들이 타이밍을 빼앗기면서 초반 공략에 실패했다.
반면 두산은 좌완 선발 이혜천이 뛰어난 구위를 보였음에도 포수 채상병의 리드 부족으로 힘든 경기를 펼쳐야 했다. 이혜천은 140km 중후반대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으로 5⅔이닝 동안 4피안타 2실점하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으나 실점하는 과정에서 포수의 리드 부족이 드러났다. 4회 이진영에게 슬라이더로 우익선상 2루타와 다음타자 이재원에게 볼카운트 2-1에서 체인지업으로 중전 적시타를 맞고 1실점한 대목은 포수 채상병이 짚고 넘어가할 부분이다.
이진영은 타격 스타트가 보통타자 보다 빠르게 시작, 몸이 열리면서 타격을 하는 선수로 바깥쪽 볼에 대처가 약한 면이 있다. 또 이재원은 배트가 돌아나오면서 이혜천의 몸쪽 빠른 볼에 전혀 대처가 안되는 타격을 하는 선수이다. 때문에 포수 채상병이 이런 점을 감안한 투수리드가 아쉬웠다.
SK 타자들이 이혜천의 빠른 볼에 대처하지 못한 것은 허리를 중심으로 하반신의 회전력이 안되고 상체에 의존하는 타격을 하면서 제대로 공략을 하지 못한 탓이다. 몸쪽 볼은 상하체 회전이 돼야 하고, 바깥쪽 볼은 컨택이 우선돼야 공략할 수 있다.
이혜천에게 고전하던 SK 타선은 6회 최정이 배짱 있고 적극적인 스윙으로 바뀐 투수인 이재우의 초구를 공략, 2점 홈런으로 연결시켜 승부의 큰 물꼬를 텄다. 최정의 강한 승부 근성과 집중력을 칭찬해주고 싶다. 결국 두산으로선 좋은 구위를 보인 이혜천을 좀 더 끌고 가지 못한 점이 아쉽다.
두산 김현수의 부진은 다리를 들어 왼쪽 무릎에 중심을 두고, 그 중심을 갖고 스윙하는 정규시즌 때와는 달리 뒷다리에 중심을 갖지 못하고 상체로만 급하게 스윙하는 과정에서 오는 현상이다. 좀 더 타석에서 여유를 갖고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나가야 한다.
비록 3차전서 한 점차로 패하기는 했지만 두산의 끈질김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SK 특급 마무리 정대현을 상대로 8회와 9회 물고 늘어진 점은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