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파행 운영, FOX TV '눈총'
OSEN 기자
발행 2008.10.30 06: 19

[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가을의 고전'인 월드시리즈가 폭우로 이틀이나 연기되면서 미국내 독점 중계 방송권을 가진 FOX TV에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8일(이하 한국시간) 5차전 6회초가 끝난 뒤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경기는 정확히 46시간이 지난 30일 오전 9시37분에야 재개된다. 천재지변의 영향이라지만 중간에 이틀의 공백이 생기면서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열기가 확 가라 앉았다. 남은 3이닝 반을 무사히 치러 필라델피아가 승리하더라도 우승 분위기는 밋밋할 것이 뻔하다. 박진감 넘치는 9이닝 경기가 아닌 정규 이닝의 ⅓ 만을 소화한 상태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장면이 얼마나 민망할 지는 불문가지다. 탬파베이가 5차전을 이기고, 곧바로 홈으로 이동해 나머지 2경기를 쓸어담어도 문제다. 경기의 맥이 끊긴 상태에서 '모멘텀'을 잃어버린 탓에 시리즈를 내줬다는 필라델피아의 원성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의혹의 눈총은 경기를 중계한 FOX TV에 집중되고 있다. 5차전이 비로 하염없이 지체될 것 같자 경기를 연기하도록 압력을 넣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청률이 저조한 월드시리즈 대신 자사의 인기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FOX 측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에드 고린 사장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서스펜디드 게임은 우리가 결정한 게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사무국이 경기를 중단시킬줄은 나도 몰랐다. 경기장에 덮개가 깔리고서야 연기방침이 결정됐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FOX 측은 경기가 지연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고 한다. 지체되는 시간에 광고를 보내면 오히려 방송사 입장에서는 이득이라고 주장한다. 월드시리즈 경기 시간을 두고도 말이 많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후 8시에 시작한다. 보통 3시간 이상 치러지는 월드시리즈의 특성상 경기가 끝날 때면 자정이 다 된다. 연장전에 돌입하거나 5차전처럼 비로 딜레이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날을 넘겨 새벽에 끝나기 일쑤다. 그래서 미국 야구계에서는 월드시리즈를 낮에 치러야 한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오후에 경기를 시작하면 경기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부담이 없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충분히 '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밤중에 경기가 치러질 경우 아이들은 물론 직장인들도 경기 도중 TV를 끄고 자야 한다. 그러나 FOX 측은 '절대 반대' 입장이다. 고린은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돈을 낸 쪽은 우리"라며 "경기 시간을 변경할 경우 감당해야 할 손실을 누가 메워줄 것이냐"고 반문했다. FOX는 2013년까지 일요일 오후 경기와 양대 리그 중 한 개 리그의 챔피언십시리즈, 월드시리즈의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17억 5000만 달러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계약했다. 연평균 2억 5000만 달러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덕에 야구계에 엄청난 입김을 내뿜고 있다. 정규시즌에도 경기 도중 덕아웃에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외에 아무도 출입할 수 없지만 FOX의 리포터들은 포스트시즌 내내 덕아웃에 머물며 끊임없이 내부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사무국의 허락에 따른 행동이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한 예다. 자신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FOX 측은 '문제될 게 없다'는 투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성패는 TV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이해도 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방송사가 야구 경기의 규칙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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