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까치'가 바라본 2008 한국시리즈는 어떤 그림일까. 김정수 전 KIA 코치에게 가을은 언제나 가슴이 떨린다. 그는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경기 출전기록을 갖고 있다. 86년부터 2003년까지 9차례 한국시리즈에서 23경기에 출전했다. 7승 3패 1세이브, 방어율 2.44를 마크하고 있다. 최다승의 기록도 보유하고 있고 6연승 기록도 갖고 있다. 계측하지 않았지만 이미 150km짜리 볼을 뿌렸을 것이라는게 주변의 평가였다. 그래서 '가을까치'라는 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김정수는 "86년부터 한국시리즈에 나갔으니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홉번이나 나가서 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 솔직히 많이 해서 특별한 기억도 없다. 그래도 가을이 되면 항상 생각이 난다. 경기를 보면서 저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는 80년 대 한국시리즈는 단순함으로 지칭했다. 그는 "데이터는 별로 없던 시절이었다. 선수 기용도 단순했다. 정예 멤버들 그대로 밀어부쳤다. 재수 좋은 놈이 한 방씩 쳐서 이겼다"고 껄껄 웃으며 80년대 한국시리즈를 기억했다. 반면 2008 한국시리즈에 대해서는 복잡함으로 지칭했다. "무엇보다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들이 많다. 당시는 투수는 한 경기 2~3명이면 끝났다. 올해는 SK가 데이터를 앞세우는 팀이어서인지 선수들이 많이 나온다. 선발 오더도 많이 바뀐다"고 말했다. 김정수는 무적 해태가 강했던 이유를 선수와 감독에서 찾았다. "당시 해태 선수들은 서로 자기가 영웅이 되려고 했다. 그게 결과적으로 좋게 발전했고 강력한 힘이 됐다. 선수 모두 자신감에 가득했고 위축이 안됐다. 개성들이 강해 일사불란한 팀은 아니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상대가 완전히 기에 눌렸다"고 말했다. 코끼리 김응룡 감독에 대한 회상도 했다. "돌이켜보면 지도자로 봤을 때는 김응룡 같은 사람도 없었다. 그는 사람 관리를 잘했다. 선수를 믿어주었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스타가 됐다. 큰 틀에서 야구를 했다. 그 때 우리는 몰랐는데 나중에 지도자를 해보니 리더는 큰 틀을 가지고 움직이는게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끊고 맺음이 정확했다. 과감하게 빼고 과감하게 믿었다. 자신의 감을 갖고 야구를 했다. 리더가 선수들에게 확신을 주었다. 이런 부분을 컨트롤 잘했고 제대로 된 리더십이었다. 많은 우승 과정에서 선수가 꼭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많은 지도자들이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정수는 이번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어떻게 볼까. 그는 SK쪽에 무게감을 두었다. "SK 선수층이 넓다. 3차전의 승인이기도 하다. 사실 큰 경기는 중심타자들이 해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변 선수들이 잘하는 팀이 이긴다. 지금 SK가 강한 이유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열세에 몰린 두산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모든 것은 기싸움이다. 기가 센 팀이 이긴다. 선수 개인이 스스로 히어로라는 개념을 갖고 하면 된다. 누가 해주길 바라지 않고 스스로 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면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sunny@osen.co.kr 86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된 김정수/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