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 김현수(20. 두산 베어스)의 타구가 아쉬웠다. 김현수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서 상대 잠수함 정대현(30)의 초구를 때려냈다.
타구는 빠르게 2루 베이스 옆으로 굴러가며 적시타가 되는 듯 했으나 2루 베이스에 붙어있던 정근우(26)의 포구로 인해 2루수 앞 병살타로 변모, 허무하게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경기를 끝까지 지켜보던 1루 측 두산 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고 3루 측 SK 팬들은 선수단과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다른 타자들이었다면 중전 안타가 되었을 타구였지만 김현수에 맞춰진 정근우의 수비 시프트는 김현수의 안타 하나를 빼앗아갔다. 1회서도 정근우는 2루 쪽으로 치우친 시프트를 선보이며 김현수를 덕아웃으로 힘없이 물러나게 했다.
올시즌 3할5푼7리(1위) 9홈런 89타점(5위)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2위팀 3번 타자의 위용을 과시했던 김현수에 대한 수비 위치 변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플레이오프 상대였던 삼성의 유격수 박진만(32)이 김현수의 타구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안타성 타구를 병범한 땅볼로 변모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대구구장서 열렸던 플레이오프 3차전 3회초 2사 만루서 김현수는 상대 선발 윤성환(27)을 지나 중견수 쪽으로 흐르는 안타성 타구를 때려냈다. 그러나 2루 베이스에 가깝게 서 있던 박진만은 이를 그대로 잡아내며 땅볼로 처리했다. 8회초 2사 만루서도 잘 맞은 타구가 박진만의 점프 캐치로 아웃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던 김현수다.
김현수의 타격을 지켜 본 이정훈 전 LG 코치는 "다리를 들어 왼쪽 무릎에 중심을 두고, 그 중심을 갖고 스윙하는 정규시즌 때와는 달리 뒷다리에 중심을 갖지 못하고 상체로만 급하게 스윙했다"고 밝혔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아지는 바람에 밸런스가 무너진 동시에 히팅 타이밍도 어긋났다는 이야기다.
페넌트레이스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대로 때려내는' '무심타법'으로 각광을 받았던 김현수는 플레이오프 5차전서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결승 솔로포 포함 5타수 3안타 2타점을 기록했던 그는 첫 타석서 밀어치는 배팅으로 시프트와는 반대로 향한 좌전 안타를 때려낸 뒤 3회 우월 홈런과 5회 우익수 방면 2루타는 당겨치는 배팅으로 만들어냈다.
결과가 안 좋았던 것보다 타구의 질이 좋았다는 것만을 기억한 채 김현수는 그저 자신의 배팅을 해야한다. 플레이오프 5차전서 맹타를 휘두른 후 김현수는 "시프트 같은 건 모르고 있었다. 그냥 공이 보이는 대로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을 뿐"이라고 밝혔다.
해답을 분명히 알고 있는 김현수. 3차전까지의 전적 1승 2패를 기록 중인 두산과 그의 한국시리즈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팬들은 '약관의 중심타자' 김현수가 보여주는 '단순한 타격'이 다시 보여지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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