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SK 보배' 정근우, "진영이 형이 잘 잡아줘서 고맙다"
OSEN 기자
발행 2008.10.30 10: 47

"순간 베이징 생각이 나더라구요".
경기 후 SK 정근우(26)는 동료들의 밀려드는 포옹세례에 짐을 싸는 게 힘겨울 정도였다.
정근우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2루수 겸 톱타자로 선발 출장, 9회 천금같은 병살타 처리로 팀에 3-2 짜릿한 1점차 승리를 안겼다. 이 과정에서 스텝이 살짝 꼬이며 1루로 던진 송구가 원바운드 되긴 했지만 정확하게 날아갔다. 만약 성공하지 못했다면 3-4로 역전패한 것은 물론 시리즈 전적은 2승 1패가 아닌 1승 2패로 몰리게 되는 상황이었다.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일원이기도 한 정근우 입장에서는 금메달이 걸린 쿠바와의 결승전이 오버랩 되는 순간이었다.
점수차도 3-2로 같은 9회. 게다가 1사 만루. 마운드에는 마무리 정대현이 올라 와 있었다. 자칫하면 끝내기 역전패로 가는 분위기였다. 1루에는 좌전안타를 친 고영민. 2루에는 중전안타를 친 이종욱. 타석에는 김현수. 그러나 김현수가 때린 정대현의 초구는 병살를 바라고 있던 정근우의 글러브에 걸려들었다.
정근우는 "순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이 생각났다"면서 "병살로 막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그렇게 됐다"고 기뻐했다. 당시 똑같은 상황에서 한국대표팀은 역시 마무리 정대현을 올려 유격수 박진만(삼성)의 공을 2루수 고영민이 받아 1루수 이승엽에게 정확히 연결시켰다.
1루로 던진 송구가 바운드가 된 상황에 대해 정근우는 "2루 베이스를 밟는 과정에서 고영민이 1루로 던지는 길을 막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피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약간 중심을 잃었다"면서 "(이)진영이형이 잘 잡아줘서 고맙다"고 웃었다.
이에 역시 올림픽 대표팀 멤버였던 이진영은 "왜 그 상황에서 바운드로 공을 줘 불안하게 만드냐. 다리를 쭉 뻗다보니 다친 부위(오른쪽 허벅지)가 다시 땡겼다"며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사실 바운드 될 줄 알았다. 꼭 잡아야 된다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스스로도 "작년에는 의욕만 앞섰을 뿐 기술이 모자라 많은 팬들에게 욕을 먹었다. 하지만 피나는 연습으로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는 정근우. 이제 그는 "정근우가 없는 SK 내야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는 김성근 감독의 신뢰까지 받아내고 있어 SK에 없어서는 안될 투타를 겸비한 내야 보배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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