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에서 가을 개편을 맞아 일제히 드라마 폐지를 결정했다. KBS는 ‘돌아온 뚝배기’를 마지막으로 2TV 일일드라마가 폐지되고 MBC는 ‘내여자’ 이후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를 폐지한다. SBS는 ‘신의 저울’을 끝으로 금요드라마 잠정 폐지를 결정했고 내년 중으로 일일드라마도 폐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방송국 드라마팀 관계자들은 “그동안 경쟁이 과열 된 게 사실. 거품이 많았다”며 폐지 필요성을 통감했다. 드라마,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케이스 드라마는 비용이 많이 들지마 효율이 낮은 프로그램 중 대표적인 예다. 드라마가 ‘방송국의 꽃’이라고 불리는 것도 광고에 따른 수익성 창출에 따른 표현이지만 최근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광고 수익 구조는 악화되자 그 말이 무색해졌다. 방송사간 차이는 있지만 드라마 편당 평균 제작비는 1억원 안팎이다. MBC ‘에덴의 동쪽’은 이를 훨씬 웃돈다. 하지만 광고 수익은 편차가 심하다.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드라마는 당연히 시청률 순이다. KBS 2TV ‘연애결혼’, ‘돌아온 뚝배기’ 등은 광고가 점점 줄더니 CM 없이 본방송이 시작됐다. 광고 수익이 0%라는 얘기다. MBC 엄기영 사장은 전 사원 이메일에서 “현재 광고 매출 상황은 97년 IMF 외환 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 광고 매출만 해도 9월 정산, 작년에 비해 80억원 줄었다. 연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길 방부했다. SBS 한 관계자 역시 금요 프리미엄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비롯 제작비 부족을 호소하며 “PPL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 제작비 절반 정도로 만들어지며 아무리 시청률이 안 나와도 10% 안팎을 유지한다. 광고가 붙지 않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결국 수익성 강화를 위해 드라마를 줄이고 예능, 시사, 교양을 편성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드라마, 경쟁은 강화 경쟁력은 약화 드라마 콘텐츠의 양이 늘었지만 질은 큰 변화 없다는 것도 큰 문제다. KBS 2TV, SBS 일일드라마 부활, MBC 주말특별기획 드라마 신설 등은 방송사 간의 과도한 경쟁 결과지만 비슷비슷한 콘텐츠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경쟁은 강화 됐지만 경쟁력은 약화된 것이다. 윤창범 KBS 드라마 2팀장은 “문화 콘텐츠 사업이 비즈니스적으로 다뤄지면서 내실보다는 외형만 부풀었다. 차근 차근 성장한 것이 아니라 마케팅, 비즈니스적으로 성장하면서 거품이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고통스러운 창작활동의 결과물이 아닌, 도박성 강해진 작품이 반복 생산되는 것이다. 윤팀장은 이어 “작가, 배우, 연출진 모두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다음 수익이 부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적절한 줄다리기가 필요하지만 ‘한탕주의’가 만연하면서 한 두 작품으로 성공해 인생을 바꾸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결국 진정성이 느껴지는, 인간 본연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드라마가 사라지고 있다는 일침이다. 시청자는 ‘볼 것은 많지만 볼만한 거 없는’ 현실에서 드라마를 외면하게 되고 드라마 자체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방송사 드라마팀은 “밥 그릇이 줄어 들어 불만이긴 하지만 작품을 줄이고 경쟁력 있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