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폐지]제작사, “위기가 곧 기회다”
OSEN 기자
발행 2008.10.31 07: 40

“방송사는 지금 IMF 때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그 동안 ‘방송의 꽃’이라 불리던 드라마는 이제 ‘고비용 저효율’의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 방송사 관계자의 말처럼 방송 3사가 일제히 드라마 편성 줄이기에 돌입했다. MBC는 ‘내여자’를 마지막으로 주말특별기획 드라마를 편성에서 제외했고, KBS는 ‘돌아온 뚝배기’를 마지막으로 일일드라마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SBS 역시 ‘신의 저울’을 끝으로 금요드라마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으니 ‘드라마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 같은 드라마 편성 축소 결정은 방송사뿐 아니라 제작사, 매니지먼트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당분간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쪽은 드라마를 제작하는 외주 제작사다. 일부 제작사들은 이번 결정으로 인해 회사의 문을 닫을 지경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는 형편이다.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드라마는 시청률에서도 성공한다는 공식은 이제 과거의 얘기가 됐다. 또 시청률이 좋으면 광고가 많이 따른다는 공식도 성립하지 않게 됐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드라마 편성을 따내기 위해 방송사의 눈치도 봐야 하는데 편성이 줄었으니 경쟁이 더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생각하는 제작사도 있다. ‘돌아온 뚝배기’ ‘신의 저울’ 등을 제작한 팬 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우리 제작사에서 만든 드라마들을 마지막으로 편성이 폐지돼 아쉬운 마음은 크다. ‘신의 저울’ 같은 경우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평가돼 금요드라마의 폐지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방송사의 이 같은 결정은 오히려 드라마 시장의 거품이 빠질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드라마 편성 자체가 줄면 제작사의 수입적인 면에서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는 고액의 제작비와 톱스타 기용 등 겉멋만 잔뜩 든 드라마 시장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한 명의 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들의 결정이 경제위기와도 맞물린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질적인 문제와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으로 인해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양질의 드라마가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은 더 치열해 지겠지만 역량 있는 제작사들이 준비된 작품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제작사 관계자들은 지금 현 시점이 위기인 것은 인정했으나 드라마의 질적인 부분과 제작 여건이 향상되면 언제든 드라마 시장은 다시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앉아서 위기만을 논할 시점은 끝났다. 방송사, 외주제작사, 매니지먼트사 모두 자신의 살을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때다. ricky33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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