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김현수 부진원인은 '기싸움'에서 진 것
OSEN 기자
발행 2008.10.31 07: 51

[OSEN=김대호 객원기자] 올해 페넌트레이스 타격 3관왕(타격,최다안타,출루율)인 두산 김현수의 부진을 놓고 말이 많다. '약점이 없는 타자', '겁 없는 20세 타격천재', '이승엽도 놀란 환상의 타격기술' 등 온갖 찬사를 한 몸에 받았던 김현수가 막상 올 시즌 결정판인 한국시리즈에선 물먹은 방망이가 됐다. 야구인들은 앞 다퉈 원인분석과 처방을 내놓았다.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다", "타석에서 생각이 많다", "잘해야겠다는 의욕이 앞선다" 등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경문 감독까지 나서 "언젠가는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변함없는 신뢰감을 나타냈지만 김현수의 방망이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30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김현수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4차례 경기에서 17타수 1안타의 빈공이다.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던 김현수가 왜 이처럼 헤매고 있을까.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다른 무엇이 김현수의 방망이를 짓눌렀을까. 단지 심리적 부담감 때문일까. 김현수가 올해 한국시리즈서 극심한 타격부진에 허덕이는 이유는 심리적 위축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여러 차례 언급됐듯이 SK의 '수비 시프트' 영향이 크다. 김현수는 자신의 타구 방향을 분석한 SK 3루수, 유격수, 2루수의 수비위치 변경에 말려들고 말았다. '수비 시프트'를 피해 의식적으로 3루선상을 겨냥한 타격을 하다보니 평소 스윙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김현수의 부진을 다른 곳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두산의 김현수를 포함한 젊은 타자들이 하나같이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최고의 2루수라는 고영민이 그랬고, 김경문 감독이 공개적으로 자랑한 오재원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타격이 시들해졌다. 반면 김동주 홍성흔 등 고참선수들은 꾸준히 실력을 발휘해 대조를 이뤘다. 두산은 불행히도 이 젊은 타자들이 팀 타선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방망이가 터지지 않고선 경기를 이길 수 없다. SK가 김재현 박재홍 박경완 이진영 등 고참이 중심타선을 이루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젊은 선수들의 특징은 분위기를 잘 타는 대신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 해에도 두산은 영건으로 무장했지만 2연승 뒤 4연패로 무너졌다. 올해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 SK에 13게임차로 뒤졌다. 김현수를 비롯한 두산의 젊은 타자들은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 전부터 SK와 이 부인할 수 없는 엄청난 전력 차를 '냉정'하게 받아들였는지 모른다. 한 수 아래로 내려다봤던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에선 타점을 쓸어 담던 이들이 SK와 만나자 수많은 찬스에서 적시타 한방을 터뜨리지 못했다. 김현수의 부진도 자신들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한 SK와의 '기싸움'에서 지레 지고 들어갔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두산 김현수가 30일 SK와 한국시리즈 4차전서 범타로 물러난 뒤 고개를 숙인 채 타석에서 돌아서고 있다. /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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