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지키는 야구의 승리였다. SK는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한국시리즈에 대비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한국시리를 준비했다. 그 준비기간은 절대 헛되지 않았다. 마운드, 수비력, 공격력, 기동력에서 두산을 능가하는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한국시리즈 2연패의 신기원을 달성했다. 1차전은 선수들의 몸이 풀리지 않았다. 에이스 김광현이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흔들리며 두산의 기세에 눌려 역전패를 당했다. 김성근 감독이 자랑했던 불펜 투수들도 2점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였다. 4연승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다. 2차전에서 특유의 불펜을 앞세워 두산타선을 잠재우고 김재현의 쐐기 투런포를 앞세워 5-2로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2-2 동점을 허용했지만 불펜은 5회부터 등장, 5이닝을 노히트노런으로 막아냈다. 5회 실책으로 잡은 찬스에서 박재상의 2루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발빠른 김성근 감독의 투수운용도 돋보였다. 3차전은 불펜과 수비력과 한 방이 빛났다. 1-1 동점인 4회부터 불펜 가동에 들어갔다. 4⅔이닝동안 8안타를 맞고도 단 1실점으로 막는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최정은 1-1에서 결승 투런포를 날려 승기를 가져왔다. 정우람 윤길현 조웅천 이승호 정대현이 차례로 등장했다. 정대현은 2이닝 4안타를 맞고 9회말 1사만루의 역전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김현수의 잘 맞은 타구를 수비시프트로 차단하고 2루 병살로 엮어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한국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명장면이었다. 4차전에서는 불펜 기동력 수비력이 어우러졌다. 불펜은 3회부터 등장해 9회까지 두산 타선을 6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많은 위기를 맞았으나 절묘한 투구교체와 박경완의 노련한 투수리드로 두산의 후속타를 차단했다. 2루수 정근우도 초반 실점위기를 맞는 호수비를 보여주었다. 3개의 도루를 성공시켜 두산 선발 랜들을 흔들어 득점찬스를 모두 살리는 집중력을 과시했다. 김성근 감독은 2차전 선발 채병룡까지 후반에 투입, 승리를 거머쥐었다. 사실상 승부의 물줄기는 SK로 넘어왔다. 두산의 거센 저항으로 5차전은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선발 김광현이 1회와 2회 거푸 실점위기를 맞았으나 역시 노련한 피칭으로 두산타선을 제압했다. 두산 선발 김선우에게 무실점으로 눌리던 SK는 7회 사사구 3개로 만루기회를 잡고 상대 3루수의 실책에 힘입어 결승점을 뽑았다. 8회말에서는 2타점 2루타성 타구를 막아내는 조동화의 결정적 호수비가 나왔다. 그리고 또 다시 9회말 1사만루에서 또 다시 김현수를 병살로 막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5경기에서 SK는 모든 부분에서 두산보다 앞섰다. 그러나 매경기 위험하고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팬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SK 선수들은 모든 위기를 벗어났다. 더욱이 16득점에 그친 공격력도 위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틈만 보이면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으로 승리의 득점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김성근 감독의 노회한 용병술은 고비마다 빛을 발했다. 김 감독은 이번 한국시리즈의 성패를 탄탄한 수비력과 불펜으로 삼았다. 준비기간 내내 수비력 강화에 많은 힘을 쏟아부었다. 예상대로 SK 수비수들은 매 경기 승부처에서 두산의 기를 질리게 만드는 호수비를 연발했다. 상대 타자에 따른 예측 수비로 위기를 막고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아울러 노련한 박경완을 앞세워 상대 주포 김현수를 철저히 제압, 두산타선의 중심을 분해했다. 정우람과 이승호는 두산의 좌타자들을 무력화 시키는데 성공했다. 5경기 모두 선제점을 뽑았고 승부처에서 절묘한 불펜운영으로 승기를 잡았다. 김성근 감독은 매 경기 자신이 쥐고 있는 패를 적절히 사용, 두산을 2년 연속 제압하고 낙승을 거두었다. SK가 진짜 강한 이유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