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삼킨 '달'도 '야신'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그만큼 '야신' 김성근(66) 감독이 이끄는 SK는 강했다. 그리고 여유가 넘쳤다. SK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2-0로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은 1차전을 먼저 내주고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기니까 강해 보인다"며 두산을 평해 SK의 강함을 과시했다. 그러더니 내리 4연승을 거뒀다. 이로써 SK는 역대 네 번째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구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 제패한 팀은 해태(1986년~1989년, 1996년~1997년) 현대(2003년~2004년) 삼성(2005년~2006년) 뿐이었다. 작년 우승으로 '무관의 제왕'이란 꼬리표를 떼낸 그는 쉬지 않고 올 시즌 준비에 몰입했다. '2군의 1군화'로 선수층을 두텁게 한 그는 이호준, 정경배, 박정권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더 강한 팀을 만들었다. 그 결과 SK는 시즌 83승 43패(.659)로 역대 126경기 체제 시즌 최다승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 2000년 현대 유니콘스(91승 40패 2무)에 이어 역대 한시즌 최다승 단독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기도 하다. 팀을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정상에 올려놓은 공로를 인정받아 SK측은 그에게 이미 '3년간 감독 최고 대우'를 약속한 상태다. 김 감독 자신도 지난달 3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올해 개인 통산 1000승 고지를 밟는 영광을 안았다. 1000승은 감독으로서 삼성 김응룡에 이은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다. OB 감독으로 지난 1984년 4월 7일 잠실 MBC전에서 첫 승을 올린 후 25년, 실제 감독직을 올라 있던 17시즌(1999년 중도퇴진, 2001년 대행기간 포함)만에 이 금자탑을 달성했다. 그는 OB(1984~1988년), 태평양(1989~1990년), 삼성(1991~1992년), 쌍방울(1996~1999년), LG(2001~2002년), SK(2007~현재) 등 6개 구단을 거치오며 승수를 쌓아올렸다. 이와 동시에 그는 지난 9월 자신이 10년전 신장암 수술을 받았다고 고백해 잔잔한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고백은 1000승의 기쁨도 있지만 스스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SK는 올 시즌에 앞서 7개 구단이 지목한 '공공의 적'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SK를 저지하지 못했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일본 우승팀과 벌이는 아시아 시리즈 우승"이라고 일찌감치 밝힐 정도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올 시즌을 통해 SK 야구가 자리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곧 자신의 야구가 만개했음을 공개한 것이다. 이제 그는 오는 13일부터 열리는 아시아 시리즈를 통해 한국 '야구의 신'이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 한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