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SK 왕조가 시작됐다'.
SK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승리로 장식, 1패 후 4연승으로 4승 1패의 시리즈 전적을 기록하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SK는 지난해에 이어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동시에 2년 연속 제패했다. 이는 '왕조'의 막이 올랐음을 보여준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즌 전부터 7개 구단은 SK는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그러나 SK는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며 선두를 질주했다. 급기야 83승 43패로 역대 126경기 체제 시즌 최다승 신기록까지 세웠다. 지난 2000년 현대 유니콘스(91승 40패 2무)에 이어 역대 한시즌 최다승 단독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기도 하다.
LG, 히어로즈가 일찌감치 4강에서 탈락했다고는 하지만 2위 두산과는 13경기차는 SK의 극강 모드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는 지난해 73승 48패 5무(.603)를 기록하며 2위 두산과 벌인 4.5경기차와도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2008시즌 SK는 한마디로 작년보다 더 성숙해지고 강해졌으며 성장했다는 평을 들었다. "힘은 떨어졌지만 쓸데없는 실점이 없고 실수를 안한다"는 두산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SK는 더욱 짜임새를 갖췄다.
그 바탕에는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선수층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SK는 이호준, 정경배, 박정권 등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도 거칠 것 없는 선두 질주를 계속했다. 지옥 훈련을 통한 '2군의 1군화', '멀티 포지션'을 시즌 전부터 철저히 준비, 시즌 동안 별다른 슬럼프도 겪지 않았다.
이는 시즌 내내 지켜 온 김성근 감독의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 전략에서 비롯됐다는 평이다. 팀원들간의 자연스런 경쟁을 유도,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않도록 했다. 이를 통해 SK는 자연스런 세대교체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의 멤버가 앞으로 5~6년 동안 SK를 끄덕없이 끌고 갈 수 있는 전력을 지녔다는 점이 'SK 왕조'의 서막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20대 초중반의 야수들은 작년보다 더 탄탄하고 노련해졌다.
김광현, 채병룡, 송은범이라는 싱싱한 선발진이 구축됐고 정우람, 이승호, 윤길현, 이영욱 등이 힘을 싣고 있다. 정근우, 최정, 나주환, 김강민, 조동화, 정상호는 공격과 수비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베테랑 박재홍도 "앞으로 SK를 짊어갈 선수들"이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특히 정근우와 김광현은 이번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얻었다.
물론 이런 바탕은 '야신'으로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관여했다면 올해는 사실상 자율에 더 가까웠다고 할 정도로 관망적이었다. 김 감독도 "이제 내가 없어서도 큰 틀을 유지한 채 돌아갈 수 있게 됐다"고 평했다.
SK는 김 감독에게 '3년 보장에 감독 최고 대우'를 약속해놓은 상태다. 그런 만큼 김 감독이 이를 수락할 경우 SK 왕조는 앞으로도 최소 3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듭된 기량 향상에 의한 대항마들의 분발만이 SK 독주를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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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한국시리즈5차전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졌다. 8회초 2사 1,2루 최정의 안타때 홈을 밟은 박재상을 정근우가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잠실=손용호 기자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