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시리즈였다.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역사의 한 장으로 남겨졌다. 역사는 이렇게 적을 것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따낸 최강자 SK 와이번스는 예상대로 2연패를 차지했다. 맞상대 두산은 매경기 접전을 벌였으나 힘의 열세를 확인하고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또 하나 리딩히터 김현수의 페이지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3차전과 5차전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에서 병살타를 터트린 장면은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 한국시리즈 역사이다. SK에게는 환희의 우승장면이었지만 두산에게는 비극의 장면이었다. 신은 잔인했다. 5차전 0-2로 뒤진 9회말 무사 만루의 황금찬스가 두산에게 주어졌다. 잠실구장이 들썩였다. 이번에야 말로 역전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두산 관중석을 지배했다. 그러나 고영민은 투수 땅볼로 무력하게 물러났다. 1사후 공교롭게도 김현수의 타석이었다. 김현수는 1차전에서 1안타를 터트린 이후 4차전까지 무안타의 침묵에 빠져 있었다. 더욱이 3차전 2-3으로 뒤진 9회말 1사 만루에서 2루수 병살타를 날렸다. 김현수의 부진은 두산의 멍에게 됐다. 모든 사람들이 김현수의 부진을 이야기 했고 진단했고 답을 내놓았다. 그러나 김현수의 방망이는 더 이상 날카롭게 돌아가지 못했다. 앞선 타석에서도 김현수는 무력했다. 1회 1사3루에서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3회1사후 좌익수 파울플라이였다. 5회에서도 좌익수 플라이였다. 8회는 비로소 볼넷을 얻어 출루했을 뿐이었다. 이런 김현수에게 하늘은 또 다시 1사만루의 기회를 주었다. 마지막일 수 있었고 아니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김현수는 채병룡의 초구를 건들었고 타구는 잡기 좋게 투수 쪽으로 튀었다. 채병룡은 포수 박경완에게 볼을 뿌렸고 홈플레이트를 밟은 박경완은 볼을 더듬긴 했지만 재빠르게 1루수에 송구, 경기를 끝냈다. 희희낙락하는 SK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를 악물고 1루를 향해 뛰었던 김현수에게는 고통의 순간이었다. 그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혜성처럼 나타난 타격 3관왕의 위용도 볼품이 없었고 타격 천재라는 말도 무의미했다. 한국시리즈 21타수 1안타. 수 만명의 사람들이 들어찬 잠실 그라운드에는 시험대에서 잔인하게 실패한 인간 김현수만이 남아 있었다. 김현수의 야구인생에서 2008년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환희와 굴욕의 한 해. 하지만 그는 스무살에 불과하다. 실패가 아닌 하나의 성장 과정일 뿐이다. 수 많은 영광의 시간들이 그의 앞에 펼쳐져 있다. 비난이 아닌 따뜻한 시선들이 그를 향하고 있음도 분명하다. sunny@osen.co.kr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1사만루에서 통한의 병살타로 역전에 실패한 두산 김현수가 경기후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잠실=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