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탄성이 벌어질 만한 장면이 연속해서 이어졌다. 사실상 승부의 분수령이 될 장면에서 SK 두 명의 외야수가 몸을 던지는 호수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SK 외야수 조동화는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회말 수비 때부터 중견수로 나섰다. 그리고 2-0으로 리드한 8회말 무사 1, 2루 상황에서 홍성흔의 좌중간을 완전히 꿰뚫을 듯 보인 2루타가 터졌다. 사실상 동점 2루타처럼 보였다. 그런데 SK 좌익수 박재상과 중견수 조동화가 중간에서 만나는 듯 보이더니 넘어진 조동화가 번쩍 글러브를 들어보였다. 공을 잡았다는 표시였다. 조동화는 지난 26일 1차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올랐다. 하지만 무안타에 견제사까지 당하며 공격의 맥을 끊었다. 게다가 다음날인 27일 2차전에서는 대주자로 나섰지만 역시 어이없이 투수 견제에 아웃됐다. 작년 홈런 2개를 치며 썼던 '가을동화'는 올해 들어 사라지는 듯 했다. 조동화는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자신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날 경기에 앞서서도 "경기에 나갈 수 있겠냐"며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 호수비는 사실상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는 점에서 앞선 조동화의 실수는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조동화는 경기 후 "가슴 한 구석이 꽉 막힌 듯 답답했는데 이제 속이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동화의 수비에 자극받은 탓일까. 박재상은 다음타자 오재원이 툭 갖다 댄 좌익선상 안쪽으로 떨어지는 안타성 타구를 가벼운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시프트를 통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밖으로 휘어 나가는 공이었기에 포구가 쉽지 않았다. 박재상도 조동화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1차전부터 5차전까지 좌익수로 계속 출장했지만 1차전에서 2~3차례 미숙한 펜스플레이를 보여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핀잔을 들었다. 이에 박재상은 2차전 승리 후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전력분석팀 김정준 과장을 비롯한 여러 선후배들이 내 좌익수 수비가 최고라는 말을 계속 해줘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경기 후 박재상은 "타이트한 상황에서 리드를 잡아서 재미있었고 작년보다 기쁘다"고 웃었다. 1차전 패배로 무거웠던 두 명의 외야수는 2-0으로 그대로 승부가 결정나자 이제 홀가분하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letmeout@osen.co.kr 조동화-박재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