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자신만의 색깔야구 지고도 인기급상승
OSEN 기자
발행 2008.11.01 07: 55

[OSEN=김대호 객원기자] 김경문(사진) 두산 감독의 야구가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으로 한국야구의 한 '트랜드'로 확실하게 자리잡았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프로야구 2008한국시리즈에서 SK에 1승4패로 무릎을 꿇었지만 시종일관 '선 굵은 야구'를 선보여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 때문에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지고도 질타보다 격려와 가능성의 메시지가 홍수를 이루는 이색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사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결정적인 찬스에서 계속된 적시타 불발로 두산팬들을 한숨짓게 했고, 내야수들의 실책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각 포털사이트와 두산 홈페이지에 쏟아진 누리꾼들의 댓들에서 김경문 감독을 욕하는 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승패를 떠나 정공법을 펼친 김경문식 두산야구에 갈채를 보내는 글들이 넘쳤다.
김경문 감독은 국내 8개구단 사령탑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색깔을 갖고 있다. 공격에서는 잦은 작전구사 보다 선수에게 맡기는 방식을 선호한다. 5차전에서 0-2로 뒤진 8회말 무사 1,2루가 단적인 예다. 다른 팀 감독 같았으면 희생번트를 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김 감독은 강공으로 밀어 붙였다. 비록 홍성흔의 잘 맞은 타구가 SK 중견수 조동화의 그림같은 수비에 걸려 아웃됐지만 김경문 감독의 '야구관'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희생번트에 이은 안타 한방으로 2-2 동점을 만드는 것이 대다수 감독들의 생각이다. 특히 한국시리즈 같이 중요한 경기, 그것도 벼랑 끝에 몰린 5차전 경기후반이면 더욱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전은 성공해야 동점이다. 경기를 팽팽하게 끌고가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겠지만 승부에 드라마는 없다.
김경문 감독은 한번 찬스에서 역전을 머릿속에 그렸다. 성공하면 이기는 것이고, 실패하면 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드라마가 연출되는 것이다. 김경문 감독의 강공작전이 없었더라면 조동화의 수비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고, SK팬들의 환호성도 두산팬들의 탄식도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SK와 두산팬들은 오랫동안 이 장면을 머릿속에 간직할 것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런 기쁨을 야구팬들에게 선사할 줄 안다.
투수진 운영에서도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식 '벌떼 마운드'를 거부한다. 타자 한명에 투수 한명씩 교체하는 방식은 경기 흐름을 끊는다고 생각한다. 김경문 감독은 SK의 이 같은 투수교체에 대해 "그것은 그 분의 스타일이고, 난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한국야구에 또 하나의 흥밋거리를 던졌다. 상식을 파괴하는 그 만의 색깔이다. 그래서 김경문 야구는 한국시리즈에서 2년 연속 지고도 탁월한 경쟁력이 있는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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