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뮤지컬계 공연 신고식이 특별해 졌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공연시작을 알리는 오픈 이벤트로 뮤지컬 같은 결혼식이 올려져 화제다.
“행복한 결혼식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사회를 맡은 뮤지컬 배우 신성록 입니다.” 31일 오후 5시 서소문 오펠리스 웨딩홀에서는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잘 생긴 배우 신성록의 사회로 문을 열었다.
신부의 손을 꼭 붙잡은 배우 노주현과 신랑의 아버지를 대행하는 배우 김진태, 주례 자리에 선 배우 이흥구가 시선을 끈다.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늦깎이 신랑신부의 가족과 친구가 되어 가슴 따뜻하고 훈훈한 작은 이벤트를 열고 있었다.
배우 이흥구의 주례사는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자, 세계 최고의 작품이다”는 뮤지컬 소개와 함께 시작됐다. “이 뮤지컬에서 하이라이트인 결혼식 장면에서도 내가 주례에 선다”며 50회 공연에 50번 주례를 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같이 행복한 결혼식에 주례를 맡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웃과 가정에 귀감이 될 수 있도록 사랑하라”는 주례사와 함께 신랑신부를 둘러싼 40여명의 출연진이 세기의 명곡, ‘선라잇, 선셋(Sunrise, Sunset)’ 의 아름다운 선율을 합창했다.
내달 21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막을 올리는 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극중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심정을 그려,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하는 감동의 스토리를 결혼식으로 재현했다. 이날 결혼식은 어려운 형편에 결혼이 미뤄진 사연을 응모한 서른 아홉 살 동갑내기 부부가 '행복 결혼식'의 주인공이 되어 영광을 누렸다.
'행복 결혼식'은 SK마케팅앤컴퍼니(대표 이방형)가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정기적으로 진행해 오던 이벤트다. SK마케팅앤컴퍼니의 OK웨딩클럽과 오펠리스가 웨딩 패키지와 결혼식 연회를 제공했고 CJ엔터테인먼트 ‘지붕 위의 바이올린’ 출연진이 무료 결혼식을 함께 꾸며 주인공 부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선물했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이름을 내건 ‘행복 결혼식’은 결혼 당사자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주최 측의 따뜻한 손길로 이목이 집중됐다. 호화스런 캐스팅으로 취재열기에 달아오른 기자들도 “주객이 전도되지 않길 바란다”는 주최 측의 뜻에 따라 신랑신부의 행복한 들러리가 되어준 배우들의 잔잔한 감동만을 취재했다.
훈훈했던 ‘행복 결혼식’은 요즘 뜨고 있다는 뮤지컬계 이색 마케팅의 하나로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명성을 알리는 데는 성에 덜 찰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들의 브랜드를 감추고 사회 속 문화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한 홍보 아이템이었다. 건전하고 아름다운 작은 이벤트 하나로 보이지 않은 뮤지컬의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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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지붕위의 바이올린’의 ‘행복 결혼식’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