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 김경문 감독, ‘야신의 길’로 가는 과정
OSEN 기자
발행 2008.11.01 15: 18

적장이었던 김성근(66) SK 와이번스 감독이 한 때는 그랬다. 지금은 ‘야신’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지만 200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루기전까지는 달갑지 않은 평도 있었다. 장기전인 정규시즌에는 강하나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평가가 주류였다.
그럴만도 했다. 1984년 OB 베어스 2대 감독을 시작으로 2007년 우승 전까지 23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첫 지휘봉을 잡은 OB 감독 3년차인 1986년에 플레이오프에 진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뒤 2002년에야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김 감독은 1989년 태평양 감독시절부터 준플레이오프 5번, 1986년부터 플레이오프 6번을 치른 후에야 대망의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접전을 치른 끝에 2승 4패로 물러난 후 ‘야신’이라는 별명을 적장인 김응룡(삼성 사장) 삼성 감독으로부터 얻은 2002년 LG 감독 때가 첫 한국시리즈였다. 그야말로 감독생활 18년만에 맛본 첫 한국시리즈였으나 준우승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2002년까지 포스트시즌 성적표는 18승 1무 27패로 5할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무대를 거쳐서 4년 만에 국내로 복귀한 2007년 SK 와이번스에서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생애 2번째 한국시리즈 무대인 2007년 두산을 꺾고 감독생활 23년 만에 첫 정상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올해 역시 두산을 제압하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 김응룡(해태)-김재박(현대)-선동렬(삼성)에 이어 한국시리즈를 2년 연속으로 우승한 4번째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장황하게 김성근 감독의 이력에 대해 언급한 것은 2년 연속 김성근 감독에게 무릎을 꿇은 김경문(50) 두산 베어스 감독이 아직은 실망할 단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경문 감독은 2004년 두산 사령탑을 맡은 후 5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번번히 준우승에 그쳐 씁쓸함을 곱씹어야 했지만 어느 감독 못지 않은 훌륭한 성과이다.
김 감독은 중위권 수준의 전력이었던 두산을 맡아 신예 기대주들을 주전으로 길러내며 강호의 면모를 유지한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2008 베이징 올림픽서 ‘믿음의 야구’로 한국이 9전 전승으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데 사령탑으로서 크게 기여, ‘국민 감독’의 칭호까지 얻었다.
비록 5년 동안 3번의 준우승으로 ‘단골 준우승 감독’이라는 오명도 얻게 됐지만 지금까지 이룬 성과만 해도 어느 명장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전력을 재정비하고 다음을 철저히 대비하면 정상정복의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올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 지금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고 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김경문 감독은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후 "삼세번 도전이 실패로 끝난 만큼 이제 오뚝이 정신으로 7전8기 정신으로 팀을 만들겠다. 다음 시즌 강팀이 될 수 있도록 팀을 운영하겠다"라며 패배를 경험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오뚝이처럼 강인한 정신으로 정상에 재도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적장 김성근 감독이 무려 23년이 흐른 후 만개하고 있듯이 김경문 감독도 지금은 ‘야신의 길’로 가고 있는 과정일 뿐이다. 감독 생활 초장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최고 감독이 된 경우도 있지만 김성근 감독처럼 꾸준하게 자신을 개발하며 20년이 지난 후 꽃을 피우고 있듯이 이제 5년차 김경문 감독이 갈 길은 멀다. 이제 50대 초반으로 젊은 감독이다.
올 시즌 선이 굵은 ‘뚝심 야구’로 팬들을 열광케 한 김경문 감독이 다시 한 번 힘을 내서 더 멋진 경기로 정상에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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