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요즘 TV 드라마 속 톱스타 여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개 신인급이거나 타고난 미모로 승부하는 여배우들이 그 중심에 서기 십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는 문소리도 돌연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문소리와 TV 드라마 출연은 한 마디로 악연이다. 2007년 최고의 화제작 드라마 MBC '태왕사신기'를 찍으면서 첫 단추를 잘못 뀄다. 그 해 내내 전국을 시끄럽게 했던 블록버스터 '태왕사신기'는 문소리의 미스 캐스팅 지적으로 시끄러웠다.
다음 해,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문소리는 자신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스크린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것으로 항변을 대신했다.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출연한 그녀는 특유의 몰입 연기로 억척스런 핸드볼 국가대표 아줌마 선수를 선보였다. '우생순'은 연초 극장가에서 40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성공을 거뒀고 문소리의 뛰어난 연기력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였다.
이어 문소리는 올 여름부터 드라마 재도전에 나섰다. 배용준의, 배용준을 위한, 그리고 배용준에 의한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묻혔던 자신의 재능을 입증할 반격 무대로 MBC 주말드라마 '내 인생의 황금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결과는 신통치 못한 편이다. 이번에도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이나 인터넷 상의 댓글 등에는 '맡은 배역과 (문소리가) 엇박자를 내는 것같다' 'TV 드라마에는 안맞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새나오고 있다.
드라마 자체도 기대 만큼의 성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AGB닐슨 조사결과 1일 전국 시청률은 13%. 방송 초기보다 많이 올라왔지만 전작 '천하일색 박정금' 수준의 한계를 넘어서기에 역부족인 듯한 모습이다.
지난 8월30일 첫 방송된 ‘내 인생의 황금기’는 동시간대 KBS 2TV '엄마가 뿔났다' (당시 32.4%)등에 밀려 4.8%로 불안한 출발을 했다. 2회는 7.1%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했고 이후 조금씩이나마 꾸준히 상승세를 타는 중이다.
처음에는 ‘드라마 속에서 똑 부러지는 며느리 문소리를 보고 속이 다 시원했다’는 등 문소리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태왕사신기 이후 문소리의 드라마식 연기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배우들 모두 캐릭터와 잘 어우러지며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는 호평이 많았다.
문소리의 연기력에 이의를 다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어난 건 시청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서면서 부터다.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수상까지 했던 문소리가 기초 부족 등을 이유로 이같은 비난에 직면했을 가능성은 낮다. 또 연기에 매진하며 한 우물을 파는 그녀의 성격상 드라마에 임하는 열정이 갑자기 틀어졌을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기본적인 문소리의 연기력 문제보다는 미스 캐스팅 논란으로 얼룩졌던 전작 '태왕사신기'의 잔상이 아직도 시청자들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는 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문소리가 넘어야할 산이고 풀어야할 숙제다. 크랭크 아웃 한 번으로 연기가 끝나는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회를 거듭하며 시청자와 계속 만나야 한다. 칭찬이 악평으로 바뀔수도 있고 비난을 극찬으로 돌릴 기회도 상존하는 만큼, 연기파 문소리의 진가를 발휘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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