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세번 기회가 끝났으니 이제 '7전 8기'정신으로 가겠다"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이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밝힌 이야기다. 2004년 취임 이후 통념을 깬 전략과 선수에 대한 믿음을 앞세워 8개 구단 중 선수층이 가장 얄팍했던 두산울 상위팀으로 이끈 김 감독은 "가벼운 마음으로 다음 기회를 노리겠다"라며 세 번째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감회를 밝혔다.
그러나 '3전 4기'를 노리는 두산은 '선수단 전력 증강'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제 조건은 주축 서까래를 빼주는 일이 없이 전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가에 달려 있다.
올시즌 두산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 등을 얻어 국내 및 해외 이적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FA 자격을 얻는 주인공은 올시즌 3할3푼1리 8홈런 63타점을 기록하며 데뷔 9년 만에 최고 타율을 기록한 홍성흔(31)과 7승 5패 평균 자책점 4.69를 기록한 데 이어 포스트 시즌서 선발 요원으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던 좌완 이혜천(29)이다.
홍성흔은 지난해 말 트레이드 요구로 인해 심한 마음 고생을 겪으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하는 끝에 결국 시즌 개막 1주일 전 전년도 3억1000민원에서 40% 삭감된 1억 8600만원의 삭감된 연봉을 받아들며 쌀쌀한 겨울을 보냈다.
덕아웃을 휘어잡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하며 두산에 없어서는 안될 스타로 명성을 떨친 홍성흔이지만 연봉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그를 노리는 다른 팀의 구미에 맞춰진 조건이다. 게다가 포수 보직을 포기하고 택한 외야수 전향 또한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져 이는 홍성흔의 몸값을 더욱 올려줄 가능성이 크다.
150km를 상회하는 직구와 쉽게 보기 힘든 130km 후반의 체인지업을 갖춘 이혜천은 지난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서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5⅔이닝 4피안타(사사구 1개, 탈삼진 7개)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패전 투수로 기록된 그는 142km에 이르는 빠른 싱커까지 선보이며 위용을 과시했다. 이헤천의 경우는 일본 센트럴리그 팀인 요미우리, 야쿠르트 등이 새로운 좌완 계투 요원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올시즌을 앞두고 일본 진출을 노렸다가 다음을 기약하며 1년 최대 9억원의 단기 계약을 체결했던 김동주(32)도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사안은 사령탑 김경문 감독 체제를 유지시키는 일이다. 혹자는 '준우승 감독'이라는 오명을 붙이기도 했으나 김 감독은 취임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사령탑이다. 김 감독은 모기업의 소극적인 투자로 인해 얄팍한 선수층을 가지고 팀을 이끌었고 스타들이 즐비한 라인업이 아닌 변형된 전략을 내세워 5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냈다.
선수 면면을 봤을 때 두산은 큰 메리트를 지닌 팀이 아니다. 톱타자 이종욱(28)은 현대에서 방출된 뒤 두산에서 꽃을 피운 선수고 고영민(24)은 4년 동안 2군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던 내야수였다. '리딩 히터' 김현수(20)는 2차 지명에서 외면받았던 신고 선수 출신으로 다분한 노력 끝에 2년 연속 준우승 팀의 주전으로 우뚝 섰다. 이들의 활약에는 코칭스태프의 열성적인 지도가 기반에 있었으며 그들을 이끈 수장은 바로 김경문 감독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인해 '국민 감독'의 칭호까지 얻은 김 감독의 두산 잔류는 구단이 합당하는 몸값으로 '베어스 맨'의 자존심을 확실히 세워준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두산이 주축 선수들을 모두 다잡는 동시에 '세대 교체'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김경문 감독까지 잔류시킬 수 있을 지 여부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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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