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멤버들의 개성 뚜렷한 멤버들의 캐릭터 설정이다. ‘독불장군’ 강호동, ‘은초딩’ 은지원, ‘허당’ 이승기, ‘야생 원숭이’ MC몽, ‘다큐’ 김C, ‘국민일꾼’ 이수근 등 각각의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카메라 밖 멤버들의 모습은 어떨까? 이들과 1박 2일 동고동락하는 제작진은 “실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1박 2일 동안 하루종일 20여 대의 카메라가 이들을 찍고 있어 꾸며진 모습이 나올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실제 이미지와 시청자가 생각하는 이미지 차이에 괴리가 있기 마련이다. ‘1박 2일’ 동행취재 하면서 실제 멤버들의 캐릭터를 분석해봤다.
강호동, 뛰어난 협상가&길잡이
TV에서 비쳐지는 강도홍은 독불장군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관심있게 지켜보면 프로그램 길잡이,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의 협상가로 MC 역량을 보여준다.
‘1박 2일’은 야생 로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제작진이 악한 상황 속에 멤버들을 던져두면 적응해나가야 한다. 나영석 PD는 “제작진들이 자신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하는지 자꾸 싸우려 한다”며 멤버VS 제작진 대립 구도가 생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강호동은 멤버들을 대표해 제작진과 대립하는 듯 하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제작진이 의도한 방향대로 흐름을 이끌어 간다. 예를 들면 게임을 통해 더 좋은 방한복을 얻기 위해 제작진과 대립 구도에 있다가도 적절한 선에서 제작진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타협점을 찾으며 진행을 원할하게 만든다.
한 제작진은 그런 강호동을 보고 “독불장군 같은 강호동의 모습은 그만의 배려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멤버들을 컨트롤하기 힘들고 프로그램 진행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김C, 외모는 ‘야생’VS 실생활은 ‘시크한 도시남’
MC몽은 김C를 가장 야생에 어울리지 않은 멤버로 꼽았다. 너무 자주 씻는다는 게 그 이유다. 기초 화장품 6종 세트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꼼꼼하고 깔끔하다.
이날 촬영에서 김C는 예사롭지 않은 세련된 패션 감각으로 눈길을 끌었다. 평소 잘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지만 ‘1박 2일’ 애청자라면 그의 뛰어난 패션감각을 눈치챘을 것이다. 이날도 스키니진, 헌팅캡, 눈썹에 피어싱 등으로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연출했다.
평소에도 말도 별로 없고 잘 나서지 않지만 잔정이 많다. “초창기 김C가 가지고 있던 침낭을 멤버들이 부러워했다. 김C는 다음날 멤버들에게 같은 종류의 침낭을 말없이 선물했다”
이수근, ‘1박 2일’ 없어서는 안될 진짜 일꾼
이수근은 ‘1박 2일’에서 없어서는 안될 실력파 ‘일꾼’이다. 즉석에서 비닐하우스를 짓는 멤버들이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저기서 잘 수 있을까”걱정하자 제작진은 쓸데 없는 걱정이라는 듯 “걱정 안 해도 된다. 이수근이 잘 만들 것이다. 정말 잘하는 게 많아 뭘 해도 안심이 되는 멤버”라고 했다.
나영석 PD에게 전국 팔도강산의 촬영지 이동 방법을 묻자 “버스를 대절할 때도 있고 멤버들이 소형차로 직접 이동할 대도 있다. 이수근이 있어 운전 걱정도 없다”고 했다.
은지원, 떼쟁이? 어르들에게 극존칭 쓰는 예의 바른 사나이
은지원은 우기고 떼 쓰는 철 없는 캐릭터다. 그러나 실제로는 예의 바른 사나이란다.
‘1박 2일’ 조미현 작가는 “촬영하다보면 시골에서 어르신들을 많이 만난다. 은지원은 ‘식사 하셨어요?’도 아닌 ‘진지 드셨어요?’라고 물어볼 정도로 극존칭을 사용한다. 또 항상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있지만 인사할 때는 꼭 모자를 벗고 공손하게 인사한다”고 증언했다.
또 할머니가 농사 지은 깨, 빗자루 등을 땔감으로 사용해 시청자들의 비난을 산 이후 항상 강호동에게 “형, 이거 태워도 돼? 이거 먹어도 돼?”라고 물어보는 소심함도 지녔다.
MC몽, 실제로도 웃기고 싶은 욕구 강해
MC몽은 게임할 때 항상 멤버들에게 “몽아, 이번만큼은 웃기려고 하지마”라는 충고를 듣는다. 이번에도 방한복이 걸고 단체 줄다리기하며 “이번만큼은 안 웃겨도 돼”라는 소리를 들었다. “웃기려는 게 아니라, 나는 정말 줄넘기를 못한다”고 항변했지만 원망만 사고 말았다.
“MC몽은 방송에서와 똑같다”고 말하는 제작진은 “실제로도 웃기고 싶은 욕구가 강하지만 실패할 때가 많다”고 했다. MC몽이 오버하는 모습은 ‘주목받고’ 싶어하는 게 빤히 보이고 티가 난다. 스스로를 “예능애 부적합하다”며 강호동의 도움으로 여기 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허당’ 이승기, 엘리트 변태?
이승기의 촬영장 별명은 ‘엘리트 변태’다. 이유를 물었더니 “엘리트 의식이 있는지 정말 꼼꼼하고 집요하다”고 설명했다.
촬영을 떠나기 직전 이승기는 ‘1박 2일’ 시청률을 확인하고 있었다. 시청률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S미디어코리아, 2개 회사 조사결과를 확인하는데 이승기는 “두 회사 시청률이 다르다. 2~3% 차이가 있다”고 분석까지 마친 상태였다. 조미현 작가는 “항상 나에게 전화해 시청률을 확인했는데 그게 미안했던지 확인하는 방법을 직접 터득했다”고 전했다.
이승기는 어디로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항상 엄청난 준비물을 챙긴다. 가방에 뭘 넣고 다니냐고 묻자 “여름에는 모기패치를 꼭 챙긴다. 제작진이 준비하는 것은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라 따로 챙긴다. 또 비타민, 영양제 등.. 꼭 필요한 거만 챙긴다”고 답했다.
또 야생에서 집짓기를 할 때 자를 들이대고 센티미터까지 재는 ‘치밀함과 집요함’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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