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눈물' 오재원, "자신과의 싸움서 승리할 것"
OSEN 기자
발행 2008.11.03 10: 59

"참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터져 나오더라구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 2번 타자로 맹활약을 펼쳤던 오재원(23. 두산 베어스)이 데뷔 후 두번째 맞았던 포스트 시즌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10월 31일 SK와의 한국시리즈를 끝마치고 휴식에 들어간 오재원은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서 몸이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머쓱해 했다. 분당 야탑고-경희대를 졸업하고 지난해부터 프로 무대에 뛰어든 오재원은 올 시즌 117경기에 출장해 2할4푼8리 28타점 28도루(공동 7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서는 2번 타자로 깜짝 발탁되어 6경기 동안 4할4푼(25타수 11안타) 5타점을 기록, 팀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SK와의 한국시리즈 중,후반에 가서는 타격감이 무뎌진 모습을 보이며 5경기 동안 2할3푼1리(13타수 3안타)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 와중에서도 오재원은 SK 투수진으로부터 사사구 3개를 얻어내며(출루율 3할7푼5리) 한결 더 나아진 선구안과 출루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몸이 긴장해 있었는데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맥이 탁 풀려버리더라구요. 2차전 끝나고 링거 주사를 맞기도 했는데 힘이 빠져서 그런지 몸살에 걸려버렸습니다"라고 이야기 한 오재원은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참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와서 덕아웃에서 많이 울었습니다"라는 말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그래도 저는 운이 좋은 놈이죠. 프로 2시즌 동안 계속 한국시리즈에 나가면서 좋은 경험을 했으니"라며 웃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서 그는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도중 무릎 부상을 입었던 이대수(27)를 대신해 선발 유격수로 나섰으나 3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등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첫 풀타임 시즌에 포스트시즌서 좋은 활약을 보인 만큼 오재원에게 2008년은 뜻 깊은 한해였다. "처음에는 자신있게 나섰는데 성적이 안 나왔을 때는 좌절도 했죠. 그러면서 커간 것 같아요. 경쟁자들과의 대결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한 시즌을 치러냈다는 것, 그게 가장 보람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즌 막판 정확성과 볼을 골라내는 능력이 부쩍 좋아진 데 대해 그는 후배 김현수(20)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현수를 보면서 많이 배우고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나이는 어려도 타격 기술은 분명 뛰어난 친구니까요"라고 밝힌 그의 목소리에는 아끼는 동료가 한 번의 좌절로 수그러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물씬 배어있었다. 뒤이어 그는 "김광림 타격코치님이나 김광수 수석코치님이 매번 강조하시던 걸 처음에는 따라가지 못했죠. 그런데 8,9월 정도 되니까 지시 사항들이 몸으로 체득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뭐랄까, 나 자신의 타격관이 어느 정도 정립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라며 스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시즌 막판 김경문 감독은 오재원의 배팅 훈련을 보면서 "야구 센스도 있고 맞추는 요령도 알고 있다. 다만 플레이 순간에 생각이 많아서 아쉽다. 결정적인 순간에도 단순해져야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법인데"라며 칭찬과 함께 총고를 한 바 있다. 김 감독의 이야기를 전해주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제가 생각이 많은 편이긴 해요. 타석에 들어서고 수비에 나섰을 때 제 마음대로 안되면 고민도 많이 하고 그날 잠도 제대로 못 이루기도 하고. 스윙 시 타격 매커니즘 같은 이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 본인의 마음이 더욱 중요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재원은 초등학교(학동초) 시절부터 조부모님과 함께 살며 서울에서 쭉 야구를 해왔다. 경남 창원에 계신 부모님께서 포스트시즌 활약에 대한 말씀을 하셨는지에 대해 묻자 그는 "흡족해 하셨죠. '잘 했다'라고 하시면서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라고 답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출장에 대해 '운이 좋았다'라며 웃어보인 오재원. 2년 연속 한국시리즈 패퇴로 인해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그가 다음 시즌 자신과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동시에 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