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 시대’ 배경, ‘인간 본성’ 파고 드는 영화 나온다
OSEN 기자
발행 2008.11.03 11: 13

영화나 드라마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았던 가야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제작된다. 현재 초기 투자를 완료하고 배우 캐스팅 단계를 진행하고 있는 ‘죄책감 없이’(가제)라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배경이 가야라는 사실 자체가 말해 주는 게 많다. 청동기에서 철기시대로 넘어가는 시대, 채집과 어로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정착생활로 넘어가는 시대, 정치 형태도 부족 국가의 모습을 갖춰 가는 시기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다. 사회 규범이 틀을 갖추기 전, 사상이나 규범보다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이 더 크게 지배하던 시기를 잡았다. 대개 이런 시대적 배경에 접근하는 영화적 방식은 ‘판타지’였다.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고대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수법이었다. 하지만 판타지의 한계는 역사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현대를 배경으로 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상상력의 장벽들을 타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대를 택했을 뿐, 정작 그 시대의 본원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본성과 자유의지를 말하려고 한다. 고대 가야 변방의 바닷가에서 물질로 가족을 부양해 살고 있는 한 여인의 기구한 삶이 스토리의 기본 뼈대다. 강철보다 강한 모성을 바탕으로 가난한 모계 가정을 이끌고 있던 이 여인은 어느 날 강력한 철기 부족장의 침입을 받고 어린 남매를 빼앗긴다. 아이들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일념과 복수심에 찬 이 여인은 나머지 가족을 이끌고 아이를 되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겪는 온갖 시련들 속에서 시대와 사회를 초월한 모성애, 억압받는 현대적 성개념이나 윤리의식의 본질, 상실과 복수, 본능적 욕구와 욕망 등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게 된다. 영화 ‘죄책감 없이’를 제작하는 최병용 애니컴 대표(45)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끌어 올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적 문화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최병용 대표는 현재 애니메이션 ‘세계를 빛낸 어린 위인들’을 제작해 MBC에 납품하고 있는데 매주 목요일 4시 45분에 방송되는 26부작이다. 이 작품은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위인들의 어린 시절을 조명해 보는 공익적 프로그램이다. 최 대표는 연극(극단 한네, 극단 예인)에서부터 시작해 연예 매니지먼트,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거쳐 영화 제작에 도전하고 있다. 왜 가야인가 하는 질문에는 메가폰을 잡은 유상곤 감독의 설명이 분명하다. “인간 본성을 추구하고 싶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판타지 보다는 상황적 사실에 입각하겠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끔찍할 수 있는 민초들의 역사와 삶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퓨전을 버리고 철저히 사실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하필 영화를 할까. 최병용 대표는 “어렵다고 제작자들이 죄다 손을 놓고 있으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고 만다”고 말했다. “기존의 제작방식에 거품이 있고 불필요한 지출이 있었다면 그런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영화 제작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힘을 주었다. 최 대표가 계획하고 있는 순수제작비는 15억 원 내외.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구상이다. 이런 배경에는 경성대 연극영화과 인맥이 자리잡고 있다. 대학 동문들을 중심으로 십시일반 해 제작비에 낀 거품을 뺀다는 방식이다. 영화 ‘해피엔드’가 한양대 연극영화과 동문들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의기투합’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제작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최병용 대표는 “어느 제작사나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다고 움츠려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세상은 뛰어 가는데 우리 영화가 멈추어 있어서는 안 된다. 정지는 곧 도태이기 때문이다”고 거듭 이를 악물었다. 100c@osen.co.kr 최병용 애니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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