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애틀랜타, 김형태 특파원] 메이저리그의 명문 시카고 컵스가 친한(親韓) 구단으로 변신한다. 야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우수한 자원을 다수 보유한 곳인 한국에 이전보다 더욱 공을 들이겠다고 선언했다. 컵스는 최근 애리조나주 메사의 구단 컴플레스에서 구단 운영에 관한 논의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구단내 모든 프런트 직원과 코치, 스카우트 등 약 80명의 인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선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가설 수 있는지에 대한 토의도 있었다. 회의에 참가한 성민규 코치에 따르면 컵스는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위해 오랫동안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여왔고, 이제 구체적인 실행만 남겨두고 있다. 컵스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유망주의 보고'인 한국을 무시할 수 없다. 컵스는 다수의 한국 선수를 보유한 구단이어서 국내팬들의 관심이 높다. 더구나 최근 몇년간 막대한 투자로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미국내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우수한 자원을 미국 시장에서 확보하지 못하게 된 현실에서 유일한 대안은 한국 등 해외 시장 뿐이다. 최희섭, 권윤민, 류제국을 끝으로 한동안 뜸했던 컵스의 한국 진출은 지난해 이대은을 시작으로 올해 이학주, 정수민, 하재훈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이미 컵스 마이너리그 시스템에 합류한 이대은은 물론 내년부터 편입할 선수들이 향후 메이저리그에 올라선다면 팬들의 시선을 한몸에 잡아 끌게 된다. 각별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그동안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왔다. 어린 유망주들을 유혹해 데려가는 데만 신경썼을 뿐 선수들의 언어 및 생활 등 관리에 소흘했다는 뒷말이 크게 나돌았다. 역경을 뚫고 메이저리그에 올라서지 못하면 가차 없이 버렸다. 때문에 미국 도전에 실패한 많은 선수들이 국내로 복귀해 미국 구단들의 행태에 울분을 토로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가 한국 유망주들을 곶감처럼 빼서 먹다 아니다 싶으면 내친다"는 얘기는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갔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컵스는 앞으로 기존 관행을 버리고 새롭게 한국에 다가설 계획이다. 셋째는 구단 이미지 관리 차원이다.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많은 팬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여러 구단과 선수를 응원한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꾸준히 선수들을 확보해야 하는 컵스는 해외에서의 구단 이미지 제고에 큰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컵스는 미디어 담당 직원을 채용해서 구단 관련 한글 뉴스를 일일이 보고받고 있다. 큰 돈을 투자해 다수의 유망주를 확보한 터여서 한국내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혹시나 구단에 대한 좋지 않은 소식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다가선다는 방침이다. 컵스는 이를 위해 몇가지 내부적으로 합의사항을 정했다. 우선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는 한국 프로 구단과 최대한 마찰을 줄일 계획이다. 가능하면 한국 야구계의 '규율'을 존중하면서 유망주를 수급한다는 자세다. 예를 들면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신분 조회도 하지 않고 선수를 영입했다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계약을 취소당한 LA 에인절스와 같은 실수는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 확보한 선수들을 위해선 최대한 뒷바라지를 약속했다. 선수들이 미국 문화 적응에 어려움 없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이미 시스템을 마련했다. 스프링캠프와 루키리그를 거쳐 단계를 밟아 올라갈 때마다 한국인 코치 또는 한국인 동료가 곁에 있도록 했다. 컵스 입단이 결정된 이학주의 경우 현재 애리조나 훈련장에서 성 코치, 이대은과 함께 체력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컵스는 또 각 마이너리그 연고지의 한인 사회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해당 선수 서포트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내년 스프링캠프에는 한국 언론을 초청해 구단을 홍보하는 행사도 검토하고 있다. 컵스의 이 같은 노력은 구단 마이너리그 총괄 책임자인 폴 위버에게서 비롯됐다. 짐 헨드리 단장 보좌역을 맡고 있는 위버는 한국 등 외국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선수 스카우트부터 미국내 생활까지 시스템 구축에 노력해온 결과 마침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다. 컵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대만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해외와의 교류 협력폭을 넓힐 방침이다. 시카고 제일 구단이자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인기 구단 컵스의 노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