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위기? 지금은 거품 빼는중
OSEN 기자
발행 2008.11.04 08: 50

[OSEN=손남원의 영화산책]한국영화가 국내 외환시장과 비슷한 증세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늑대가 온다'를 외치는 양치기들의 공갈 메아리에 영화 투자가 마르고 제작이 중단되는 악순환을 겪는 중이다. 또 극장가 비수기를 뚫고 몇 몇 흥행작들이 선전하는 가운데 '대박이 안보인다'는 식으로 한국영화 위기론을 부추기는 보도들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영화는 정말 위기일까? 한국영화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2006년 당시 한국영화계는 국내 수요를 훨씬 뛰어넘는 110여편의 상업영화를 제작하고 톱스타 출연료는 편당 4~5억원을 웃도는 등 잔뜩 거품이 낀 상태였다. 웬만한 영화 한 편 찍는 데 마케팅비를 포함하면 40억~50억원 투자가 보통이었을 정도. 그 결과, 안으로는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대박과 쪽박 영화로 나뉘었고 제대로 수익을 낸 한국영화는 전체 110여편 가운데 10% 정도에 불과했다. 전체의 70% 가량이 적자를 냈고 총 손실액만 10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꾸로 '왕의 남자' '괴물' 등 1000만 관객 영화는 두편이나 됐다. '타짜' 등 500만 이상을 끌어모은 영화도 다섯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로 대박이 잦았다. 주식시장 등에서 영화계로 돈이 모이게 된 배경이다. 한국영화 제작 현장이 로또성 투기로 가득찼고 종국에는 수준 이하의 졸작들까지 양산됐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영화 시장에 공급 과잉을 불렀고, 일부 양질의 작품에만 관객이 쏠리다보니 단 2주일을 못버티고 간판을 내리는 영화들이 부지기수였다. 또 메이저급 제작사들조차 스크린을 잡지못해 창고에서 썩히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 결국 관객들도 함량 미달 영화의 증가에 염증을 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보다 재미있다'며 극장을 찾던 관객들이 지금은 '한국영화는 볼게없다'는 고개를 돌리는 배경이 됐다. 유명 포털들의 영화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도 양적으로만 팽창한 한국영화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는 양적 부담을 털어내고 질적 향상에 주력하는 초심을 돌아가고 있다. 어설픈 시나리오와 제작 기획으로는 단 한 푼의 투자 유치가 불가능하고, 톱스타 캐스팅만으로 손을 내밀던 호시절도 지나갔다. 이에 따라 2006년에 비해 한국영화의 투자 손실과 양극화 현상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당시 넘쳐나는 영화들로 극장을 못잡아서 창고에 들어갔던 영화들도 지난 2년동안 대부분 개봉을 마쳤다. 전체 제작비를 감량하면서 손익분기점이 덩달아 낮아졌고 100만명 관객 정도에서 이를 맞출수 있는 영화들이 늘어난 것도 희소식이다. 최근 '아내가 결혼했다'가 10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어서고 외화 '맘마미아'는 롱런과 함께 400만, 스릴러 '이글아이'가 200만 고지를 돌파하는 등 늦여름과 초가을, 기대작 개봉이 적었음에도 관객 발걸음은 이어지는 중이다. 11월 둘째 주 부터는 한국영화 '미인도'와 '서양골동양과자점-앤티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007 퀀텀 오브 솔라스' 등 볼만한 영화들이 수능과 연말 특수가 이어질 12월까지 줄줄이 막을 올린다. 내실을 쌓아가고 있는 한국영화계와 극장가가 옛 거품 경기를 그리워하는 정체불명의 위기론에 흔들려서는 안될 일이다. mcgwire@osen.co.kr 관련 기사 ▶ '아내가 결혼했다', 100만 돌파…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 추자현, “‘사생결단’ 연기 전환점…‘미인도’ 인생의 전환점” ▶ 스크린 속 요부의 계보? 이미숙-강성연-김민정-추자현 ▶ '미인도', '최고의 기대작'으로 설문조사 1위 ▶ ‘미인도’ 김민선의 두 남자, 사랑의 색깔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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