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비용이면 태국이나 사이판에서 훈련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 구단들의 ‘국내 가을 캠프 실시 단합’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진주와 제주도에서 이미 마무리 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히어로즈와 LG 트윈스 구단에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26일 제주도 서귀포 강창학 야구장에 가을 캠프 차리고 훈련 중인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훈련을 잘 돼가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 비용이면 날씨와 훈련여건이 더 나은 태국 같은 곳에서 치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아쉬워 했다.
경남 진주에서 마무리 훈련에 열심힌 LG 트윈스도 비슷한 의견이다. LG 구단 관계자는 “현재 들어가는 비용이면 사이판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는 비용과 비슷하다. 현재 달러 환율이 올라갔어도 지금 진주 훈련과 비교해 비용 차이가 크게 없다”며 ‘무조건 국내 마무리 훈련’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LG는 진주 연암공대 야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을 치르고 있지만 숙소 비용이 의외로 많이 들어간다는 전언이다. 코칭스태프도 연습구장이 없어 구장 하나를 놓고 훈련을 소화하고 있을 정도로 환경도 좋은 편이 아니라고 불만이다.
올해 초 8개 구단 단장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해외 마무리 훈련 금지를 결의하고 각구단에 준수할 것을 촉구, 올해는 국내에서 가을 캠프를 차리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가 일본에서 치르는 계획을 세웠다가 나머지 구단들의 거센 반발을 사는 바람에 포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일본 마무리 훈련에 미련이 남아 있는 김성근 감독은 “국내구장은 운동장 하나여서 훈련이 어렵다. 날씨도 추워 캠프의 효율성을 전혀 살릴 수 없다. 가을캠프의 중요성은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내는 것이다. 추운 곳에서 한 달 해봤자 따뜻한 곳에서 열흘 훈련하는 것보다 못하다. 시간 낭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 감독은 "왜 구단들은 올해 500만 명의 뜻을 모르는가. 스타발굴의 의미를 모른다. 여성팬들과 학생팬들이 많아진 이유는 새로운 스타들과 스피드 야구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를 키워야 프로야구의 미래가 밝아진다. 모두 가을캠프부터 준비하고 다듬었기 때문이다. 추운곳에서 어떻게 새로운 스타들을 만들겠느냐"며 구단들의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을 맹비난했다.
일부 구단들은 편법으로 해외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재활군이나 교육리그 등으로 주축 선수들을 보내는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나마 기온이 낫고 자체 훈련 구장이 있는 남쪽 지방 구단들은 형편이 낫지만 날씨가 추워 남쪽으로 전지훈련을 가야 하는 수도권 구단들은 비용은 비용대로 들이며 비효율적인 가을 캠프를 차리는 것에 불만이 높은 현실이다.
현장 감독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된 ‘국내 가을 캠프’에 대부분 감독들이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의도했던 비용 절감은 커녕 선수 부상 우려와 비효율적인 훈련에 걱정이 크다. 불황으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마무리 훈련을 나가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으나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