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맨'에 대한 확실한 예우가 이어졌다. 두산 베어스가 4일 김경문 감독과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 3억5000만원, 연봉 3억5000만원 등 총액 14억원으로 재계약에 합의했다. 2004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감독은 이날 3년 계약에 합의하면서 최대 8년 간 두산을 이끌게 되었다. 전신 OB 시절을 포함 팀 내에서 8년 동안 지휘봉을 잡은 감독은 김인식(현 한화 이글스 감독, 1995~2003시즌) 감독이 유일하다. 김경문 감독이 재임하는 동안 두산은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왔다. '김경문호 1기'(2004, 2005 시즌)는 정수근(31. 전 롯데), 심재학(36. 현 히어로즈 코치)등이 돛도 세워지기 전에 팀을 떠나며 험로를 예상케했다. 진필중(36. 전 히어로즈), 심정수(33. 삼성) 등 주축 선수들 또한 팀을 떠난지 오래라 김경문 감독이 팀을 추스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 하위권 후보였던 팀을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로 이끌었다. 체구는 작았으나 탄탄한 풋워크를 보여주던 신고 선수 출신 손시헌(28. 상무)은 2004시즌부터 주전 유격수로 각광받기 시작했고 번트를 앞세우는 대신에 전상렬(36)-장원진(39)-최경환(36. KIA)등 정확성을 갖춘 베테랑 타자들을 1~3번에 배치해 '3인 테이블 세터진'을 구축했다. 투수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공은 빠르지 않았으나 볼끝이 묵직했던 마무리 구자운(28. 삼성)이 2004시즌 후 '병풍'의 희생양이 되자 그 자리를 꿰찬 것은 정재훈(28)이었다. 당시 신인 서동환(22. 두산 임의탈퇴)에게 맡겨진 자리였으나 빠른 직구 대신 움직임이 좋은 포크볼을 보유했던 정재훈을 믿고 마무리로 기용한 김경문 감독의 과감성이 돋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병역 파동으로 인한 선수층 붕괴로 최하위 추락이 당연해보였던 2005시즌서 중반까지 삼성과 선두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는 등 선전하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은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보여 준 김경문 감독과 2005시즌 후 3년간 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김경문호 2기'(2006~2008 시즌)는 '세대교체'의 움직임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세월이 갈수록 아쉬운 운동능력을 보여줬던 전상렬을 대신해 현대에서 방출당한 이종욱(28)이 톱타자 자리를 꿰찼고 순발력이 떨어진 2루수 안경현(38)의 자리에는 고영민(24)이 들어섰다. 코치 수업에 들어간 장원진의 자리는 김현수(20)가 놀랄만한 발전상을 보여주었다. 2006시즌 후 공익근무로 인해 팀을 떠난 임재철(33)의 자리는 발빠른 민병헌(20)이 들어서며 지난해 30도루(4위)를 기록하는 등 가능성을 비췄다. 4년차 우완 김명제(21) 또한 올해 전반기서만 7승을 수확하며 '미래 1선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경문 감독 재임 초기에 비해 두산 구단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선수단 외양 뿐만 아니라 프런트 또한 지난 시즌 후 '주포' 김동주(32)를 잡기 위해 4년 62억원 카드를 꺼내는 등 투자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과거 주축선수를 이적시키며 '선수+현금 트레이드'로 전력을 갉아먹던 두산은 이제 없다. 김경문 감독에게 제시해 확답을 받아낸 3년 14억원 계약 또한 '투자로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가 나타나 있다. 5년 간 거친 파도를 맞아가면서도 3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위업을 자랑한 김경문 감독. 3년의 기회를 다시 두산에서 얻게 된 '두산맨' 김경문 감독이 다음 시즌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