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SK에게도 감추고 싶은 '아픈 현실'이 있다. 2군 훈련장 얘기다. SK는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2군 훈련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두산 삼성 롯데 LG 등 4개 구단은 전용 2군 훈련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KIA 한화 히어로즈 등 3개 구단은 각각 함평구장 청주구장 원당구장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SK만이 2군 선수들이 훈련하고 경기하는 구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SK 2군 선수들은 연습 상대를 찾아가 경기하는 것이 훈련의 전부다. 왕복 3~4시간씩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나마 연습경기 파트너가 있으면 행복하다. 비시즌 때는 매일 연습상대를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습상대가 없어 훈련장을 구하지 못했을 땐 1군 선수들이 훈련을 마친 뒤 저녁때 문학구장에서 불을 밝혀 놓고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는 것이 SK의 현실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더욱이 2위를 13게임의 압도적인 승차로 따돌렸다는 점과 모든 포지션을 '플래툰 시스템'으로 무장했다는 점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김성근 감독은 이 같은 불리한 여건을 이겨내기 위해 올 초 50명이 넘는 대규모 선수단을 이끌고 일본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그곳에서 모든 선수들에게 언제든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줬다.
김성근 감독이 단장회의에서 결정한 해외 마무리훈련 금지제도를 맹렬히 비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쪽지방에 연고지를 두고 훈련 상황이 비교적 좋은 구단들이 SK 등 상대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구단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의도로 풀이했다.
SK도 3년 전까진 전용 훈련장이 있었다. (주)SK 소유의 부지에 최신식 훈련장을 만들었지만 이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안식처를 잃어버렸다. 2005년부턴 보따리 장사처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현재 인천시는 송도 LNG 지역에 야구장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SK 구단은 이 야구장이 세워지면 2군 선수들의 훈련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를 2연패하고 문학구장 같이 최첨단 야구장을 연고구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신흥 명문구단임을 자부하는 SK가 자체 훈련장 하나 없다는 사실은 궁색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