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개편을 앞두고 방송 3사가 분주하고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결국 과열된 경쟁으로 생긴 거품을 빼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아 ‘개편’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봄개편에 고치고 가을개편에 제자리로 이번 개편에는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하다. 방송 3사 모두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긴축 정책에 들어가면서 프로그램 신설 폐지는 물론, 시간대 이동, MC 교체 등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봄 개편 이전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다. KBS 2TV ‘개그콘서트’와 ‘연예가 중계’는 오후 10시 편성에서 1시간 빨라진 9시로 이동한다. 두 프로그램은 지난 4월 봄 개편을 맞아 KBS 1TV 대하사극이 2TV로 자리를 옮기면서 1시간 방송이 늦춰졌다. 대하사극이 2TV로 자리를 옮긴 것은 결국 광고수익을 얻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대하사극’ ‘개그콘서트’‘연예가중계’ 등 모든 프로그램이 시청률 하락했다. ‘대왕세종’ 후속인 ‘천추태후’는 내년 1월 3일 방송이 결정됐지만 2TV와 1TV 중 어디 편성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천추태후’가 2TV에 편성되면 또 한번의 자리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드라마팀 관계자의 말이다. MBC ‘섹션 TV 연예통신’도 기존 금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됐지만 봄개편 때 6시 55분으로 이동, 이번 가을 개편에서 다시 9시 55분으로 이동한다. SBS ‘생방송 TV연예’는 기존 명칭이었던 ‘한밤의 TV연예’로 바뀐다. 모두 개편이 무색할 정도로 원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조변석개, 개편 때마다 이동하는 철새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개편 때마다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프로그램도 허다하다. SBS ‘웃찾사’는 목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됐지만 봄개편을 맞아 금요일 오후 9시로 변경됐다. 이번 가을 개편으로 다시 1시간 편성이 늦춰졌다. ‘웃찾사’는 개편 때 편성이 바뀌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MBC ‘개그야’ 역시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개그야’는 이미 일요일 오후 4시 35분, 금요일 오후 10시 50분으로 옮긴 바 있다. 이번 개편 때는 ‘명랑히어로’ 자리를 대신해 토요일 11시 45분으로 이동한다. ‘명랑히어로’ 역시 토요일 오후 5시 30분에서 오후 11시 45분, 가을 개편에는 또 다시 10시 35분으로 소폭 이동한다. MBC스페셜도 일요일 밤 10시 35분으로 이동한다. 드라마로 흥하고 드라마로 망한다? 사라지는 드라마 과열 경쟁으로 우후죽순 생겼던 드라마도 폐지가 결정됐다. KBS 2TV ‘돌아온 뚝배기’는 2TV 일일드라마 부활을 알렸지만 한 시즌을 넘기지 못하고 폐지가 결정됐다. SBS 금요드라마 역시 ‘잠정 폐지’로 부활 가능성을 남겨두고 드라마를 대신할 예능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인다면 부활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내년 쯤에는 SBS 일일드라마 폐지에 대한 건도 불거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MBC 역시 과열 경쟁으로 주말 드라마가 2편이 편성됐지만 ‘내여자’를 끝으로 주말 특별기획은 사라진다. 드라마는 고비용 저효율로 최근 광고수익도 줄어들고 투자금도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아 전망이 밝지 않다. 결국 이번 가을 개편을 두고 방송 3사는 긴축 정책, 수익성 강화라는 똑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제자리를 찾아가거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방송사 스스로 과열 경쟁에 뛰어들어 수시로 대형 공사를 하고 있다. 결국 그 과정에서 오는 불편함은 시청자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