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 인터뷰]김인식 감독, “누구는 제 팀이 없나, 국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해야”
OSEN 기자
발행 2008.11.06 12: 04

내년 3월에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한국대표팀 감독 선임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판에 결국 김인식 한화 이글스(61) 감독이 구원투수 노릇을 떠안게 됐다. 2006년 제1회 대회 때 한국팀을 4강으로 이끈 뒤 ‘국민감독’ 칭호를 들으며 야구팬들의 아낌없는 굄을 받았던 김인식 감독은 6일 오전 OSEN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누구는 자기 팀이 없는가. 누구나 다 마찬가지이다. 건강 등을 핑계로 일을 떠넘기는 짓은 해서는 안될 일이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해야한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초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두산 베어스 김경문(50) 감독에게 WBC감독직을 맡길 움직임을 보였으나 난색을 표명하자 한국시리즈 직후 우승팀인 김성근(66) 감독에게 다시 권유했다가 거절당했다. 결국 5일 오후 기술위원회를 열고 김인식 감독을 추대키로하고 6일 오후 하일성 사무총장이 대전으로 내려가 김인식 감독과 만나 최종 협의키로 했다. 김인식 감독은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라면서 “한국야구를 어떻게 하느냐는 하 총장의 말을 들으니 속된 말로 사람 참 환장하겠다. 일단 하총장을 만나보고 만약 하게되더라도 이렇게 하겠다는 조건을 KBO가 들어줘야한다”고 조건부 수락의사를 밝혔다. -괴로운 일을 맡게 됐다. ▲글쎄 말이야. KBO는 대안이 없니 어쩌니 하면서 맡겼는데, 하 총장도 입장이 어렵겠지만 나도 미칠 지경이다. 통사정을 하니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겠고. 아니, 누구는 자기팀을 생각 안하나. 누구나 다 마찬가지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생각을 해야하는데, 팀 관계자들도 그런 점을 우선 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하 총장이 ‘한국야구를 어떻게 하나’하니 사람 환장하겠다. 누구처럼 건강을 핑계대기도 그렇고. 묘하게도 건강은 좀 좋아지긴 했다. -팀 사정도 있고 여러 면에서 어려운 선택이 되겠다. ▲얘기를 듣고 (김)성근이 형한테 전화했다. “아 누굴 약 올리나, 형이 아프다면 나는 더 아프다”고 했더니 “나는 속이 아프다”고 그러더라. 거 참.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사실 1회 WBC를 마치고 나서 앞으로 대표팀 감독은 내가 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매번 운동장에 나가서 관중들에게 인사도 해야 하고, 경기 전 후 기자회견 자리에도 나가야 되고, 정상적인 사람이 해야지 절룩거리며 그 자리에 나가는 것이 모양새가 안좋아 다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제대회 때마다) 매번 (KBO측이) 나에게 왔는데 진짜 곤란하다며 선동렬을 추천했다. -마치 떠넘기는 식이 돼 버렸다. ▲감독들은 다 똑 같은 처지다. KBO 기술위원회는 왜 만들었나. 누가 대표팀 감독이 돼도 한 번 결정한 일은 따라줘야지. 차제에 사장단 모임인 이사회가 확실한, 구속력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야 한다. 2년 후 아시안게임도 있고, 이런 문제가 되풀이 될 텐데 다들 이리 빼고 저리 빼서는 안된다. 대표팀 감독으로 따진다면 김경문이 자기가 제일 오래했다고 그러던데, 사실 내가 제일 오래했다. 설득력이 없는 얘기다. 나는 2002년 아시안게임부터 2006년 WBC도 맡지 않았나. -만약 수락한다면,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어떻게 꾸릴 참인가. ▲아직 뭐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현직 감독들, 내가 코치로 쓰겠다면 나와서 도와줘야 된다. 선동렬 감독을 투수코치로 하겠다면 그렇게 해줘야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런 틀로 가야하지 않겠나. -시즌 막판에 아쉽게 됐는데, 가을철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마무리 훈련은 해외에서 하지 말자, 메리트를 없애자, 이런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면 안된다. 그렇게 앞장서서 해놓고 깨는 구단이 있지 않나. 과거에도 다 어겼고 이번에도 어기고 있다. 지키지 못할 것을 왜 그렇게 하나. 지켜진다면 모르겠지만 결국 없는 팀 선수들만 손해 본다. 훈련하는 것까지 똑같이 하자고 하면, 그럼 연봉도 똑같아야지. 수 년 간 경험해보니까 한국은 11월 10일께를 넘어서면 추워진다. 그래서 우리팀은 어떻게 하든지 그 안에 피치를 올리려고 10월 9일부터 시작했다. 김인식 감독은 맺는 말로 “결정을 빨리 내려주겠다”면서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 야구가 틀을 만들어 합당한 결정은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맥락에서 보자면, 김인식 감독은 야구계 원로 지도자로서 어쩔 수 없이 이번 고역을 다시 떠맡을 것으로 보인다. chu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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