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녔죠." 그가 밝은 웃음을 되찾았다. 2008시즌 나이 답지 않은 타격으로 각광을 받은 김현수(20. 두산 베어스)가 6일 2008시즌 최우수 선수(MVP) 시상식을 앞두고 다시 밝은 웃음을 선보이며 한국시리즈서의 부진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시즌 3할5푼7리(1위) 9홈런 89타점(5위)를 기록했던 김현수는 SK와의 한국시리즈 5경기서 21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5차전 0-2 패배를 결정지었던 9회말 1사 만루서 투수 앞 병살타 후 그는 선배 이승학(29)의 위로 속에 쓸쓸히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20세 리딩 히터'가 아쉬움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던 순간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김현수는 "그때는 안 울었어요. 덕아웃에 들어가서야 실컷 울었죠"라며 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거듭 강조했다. 엄청난 부담을 이겨내지 못했던 동시에 강팀의 중심 타자가 아니라면 접할 수 없던 소중한 경험을 겪은 김현수의 이야기에서 치기어린 호기로움과 동시에 나이다운 패기가 서려 있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수일 간 주위와의 연락을 끊기도 했던 김현수는 "그동안 아버지와 함께 낚시를 다녀오기도 했어요. 이제는 괜찮습니다"라며 웃어보인 뒤 "그래도 그 때 일들이 저에게는 소중한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페넌트레이스 때처럼 기고만장했더라면 자칫 자만심에 빠질 수도 있었겠죠"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페넌트레이스와 달리 한국시리즈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였던 김현수는 MVP 투표에서 총 94표 중 21표를 얻는 데 그치며 총 57표를 얻은 1위 김광현(20. SK 와이번스)에 밀려 차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선배들의 기교를 무색케하는 정확한 타격을 과시했던 '20세' 김현수가 올시즌 두산 타선의 핵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김현수는 다음 시즌에 대해 "타율이나 안타 개수는 올시즌보다 떨어질 것 같다. 대신에 더 많은 홈런을 치고 싶다"라며 자신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시즌 도중 김현수에 대해 묻자 "다음 시즌에는 거포 스타일로 키울 것이다. 시즌 타율 2할8푼 정도를 기록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많은 홈런을 때려낸다면 (김)현수에게는 성공적인 시즌이 될 것"이라며 김현수를 거포형 타자로 키우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김현수가 내년 어떤 활약을 펼칠 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는 탁월한 재능과 성실함을 바탕으로 올시즌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경기 전 그는 덕아웃에서 손바닥에 붙은 굳은 살점을 가위로 도려내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 선수다. 장황한 설명없이도 두껍고 단단한 살점을 떼어내는 동시에 타석에서 매서운 스윙으로 그동안 흘린 무수한 땀을 증명했던 그가 더 밝은 내일을 그려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