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기분 좋죠. 다음에 또 오고 싶구요"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는 상이라도 당사자에게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두산 베어스의 2년차 우완 김강률(20)이 프로 데뷔 후 첫 타이틀 획득에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올시즌 2군 북부리그서 21경기에 등판, 9승 4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74를 기록한 김강률은 북부리그 평균 자책점 1위를 기록하며 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08 삼성 PAVV 프로야구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석, 트로피 및 상금 50만원을 받았다. 대다수의 팬이 주목하지 않는 2군 리그서의 타이틀 획득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뜻깊은 자리였다. 정장 차림과 넥타이가 어색한 듯 목 주변을 매만지던 김강률은 "당연히 기분이 좋다. 더욱 노력해서 나중에 다시 오고 싶다"라며 기쁨을 표시했다. 경기고 시절 걸출한 유망주로 평가받았으나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2차지명 4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던 그는 점차 안정된 투구를 보여주며 최고 153km에 달하는 직구와 더불어 각이 날카로운 스플리터를 구사하게 되었다. 두산의 한 구단 관계자는 "직구 구위가 수준급이다. 장차 팀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는 투수"라며 김강률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당장의 1군 진입을 노리기보다 2군 무대서 기량 연마에 힘쓸 가능성이 높다. 아직 1군 무대서 쓰이기에는 제구력이 아쉬울 뿐만 아니라 상무에 입대 지원서를 넣었기 때문에 합격 시에는 2시즌 동안 군복무와 함께 2군 리그서 절차탁마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오는 12월 10일 합격 통지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이야기한 김강률은 "군복을 입고 나오더라도 나중에 다시 한 번 이런 자리에 서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라며 소박한 바람을 밝혔다. 2년 간 1군서 단 한 경기 출장에 그쳤던 그는 2군에서 수확한 타이틀을 발판 삼아 훗날 1군 무대 수상자로 설 수 있길 바라고 있었다. 6년 간의 긴 2군 생활을 견뎌내고 2008시즌 신인왕으로 우뚝 선 최형우(25. 삼성)는 수상 직후 "2군에도 열심히 노력하면서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 또한 1군에서 기회를 얻게 된다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음지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김강률 뿐만이 아닌 2군 타이틀 홀더 10명 중에는 이인구(28. 롯데), 이병규(25. LG)처럼 시즌 막판 1군서 빛을 발한 선수들도 있었고 2004시즌 신인왕인 좌완 오재영(23. 상무, 전 히어로즈)처럼 재도약을 꿈꾸는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다른 이들이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서 수상의 기쁨을 누린 '2군의 스타'들이 훗날 1군 무대서 꽃봉오리를 만개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farinelli@osen.co.kr 김강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