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대호 객원기자] '꼭 감독 중에서 코치를 뽑아야 하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에 선임된 김인식 한화 감독이 6일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요구한 6명의 코치인선을 수락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감독을 맡지 않겠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1회 WBC 대회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재박 LG 감독, 선동렬 삼성 감독, 조범현 KIA 감독 등 3명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다. 김 감독은 국가적 사명감의 대의명분을 내세워 이들이 함께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김 감독의 생각과 다르다. 무엇보다 이들 현직 감독들이 이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다. 김인식 감독 스스로도 대표팀 감독자리를 '폭탄 돌리기'에 비유할 만큼 탐탁치 않게 받아 들였다.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자리임을 분명히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팀 사정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이 지명한 코치후보들도 마찬가지 사정이다. 공교롭게도 선동렬 감독을 제외하곤 모두 올 시즌 하위권 팀 감독들이다. 내년에 계약기간이 끝나는 이들 3명의 감독들은 내년 시즌 팀을 상위권으로 올려놓지 못하면 당장 목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김인식 감독이 이들을 뽑아주지 않으면 맡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이들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로 받아들여 진다. 또한 코치들을 현직 감독으로 인선하는 것 자체에도 무리가 있다. 김인식 감독의 요청대로 이들이 코치로 합류할 경우, 한국 프로야구는 4개 구단 감독이 한 달 동안 팀을 비우는 꼴이 된다. 현직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는 것도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전임감독제를 논의하는 마당에 코치들까지 감독에서 선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각 팀의 이해관계와도 부합되지 않는다. 한국야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우수한 코치들로 진용을 짜 김경문 감독과 톱니바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다. 기술적인 부분이나 투수 로테이션에서도 최상의 결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 무리수가 따르는 감독급 코치인선을 고집해야 하는지 따져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