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이 출범하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4강신화의 재현을 이끌어야 되는 코치진 인선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코치진 참여을 요청받은 현역 감독들이 대부분 팀사정을 이유로 참여를 고사하거나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KBO도 크게 당황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김인식 감독 지명자도 상당한 낭패감을 겪고 있다. 애당초 김인식 감독은 전현직 감독들 위주로 6명의 코치진 밑그림을 그렸다. 1회 대회에 참여한 김재박 LG 감독, 조범현 KIA 감독, 선동렬 삼성 감독이 포진했고 재야에서는 김성한 전 KIA감독과 이순철 전 LG 감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식 감독은 경험을 갖춘 코치진 진용을 꾸려 두 대회 연속 4강 사냥을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의 밑그림은 열어보기도 전에 완전히 틀어졌다. 투수코치로 유력했던 선동렬 감독이 건강문제를 들어 참여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선 감독은 김경문 감독이 이끌었던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서도 건강악화로 중도하차 했다. 선감독의 완곡한 고사를 받아들인 김인식 감독은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선 감독에 이어 김재박 감독도 난색을 표했다. 김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대표팀을 위해 일했고 최하위에 빠진 팀의 재정비를 위해 팀을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 사실상 참여를 고사했다. 김재박 감독은 2003년 삿포로 올림픽 예선대회,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지휘봉을 잡았고 1회 WBC 대회 코치를 지낸 바 있다. 김시진 히어로즈 신임감독도 난처한 입장이다. 김시진 감독은 "일단 도와드리고 싶다. 몸도 안좋은 김 감독이 나섰는데 야구인으로서 도와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하면서도 "하지만 구단에서 먼저 허락을 해줘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러나 히어로즈 구단은 새로운 감독을 영입한 데다 팀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사령탑 공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코치 제의를 받은 조범현 감독은 "국가를 위해 부름을 받으면 일해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원칙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나 역시 구단과 협의를 해야 된다. 더구나 상위팀 감독들이 모두 빠지고 하위팀 감독들로 코치진을 구성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은 것 아닌가.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 며 뼈있는 말을 던졌다. 감독들은 한결같이 팀 전력을 만드는 중요한 시기에 장기간 팀을 비울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상위팀 감독들이 모두 참여를 거부해 하위팀 감독들을 설득할 명분도 약해졌다. 결국 감독들의 참여율이 저조할 경우 지난 8월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처럼 각 팀의 코치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 감독은 현역 감독들의 고사에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추대를 받은 뒤 "현역감독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감독직을 맡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WBC 체제는 김성근 SK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의 사령탑 부임 거절로 혼란을 겪은 데 이어 코치진 구성까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