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장도 '뿔'났다…"대표 감독 인선, 왜 본질을 흐리는가"
OSEN 기자
발행 2008.11.08 14: 31

"왜 SK가 집단 이기주의로 내몰려야 하는가. 김성근 감독이 왜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던 것은 애초 한국야구위원회(KBO)였다. 원칙도 없이 가만히 있다 얼렁뚱땅 땜방으로 일을 처리하려다 지금의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닌가". SK 신영철 사장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 인선 문제가 마치 SK 김성근(66) 감독의 고사로 인해 불거진 것처럼 여론이 왜곡돼 있다고 판단, 참고 있던 속내를 한꺼번에 표출시켰다. 신 사장은 8일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떠넘기기식' 대표팀 인선 문제에 대해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왜 싸웠는지 모르는 격"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했다. 규정을 정하지 못한 채 방치해뒀던 WBC 대표 감독 인선 문제가 터졌는데 정작 SK 구단의 집단 이기주의로 확대되고 있는 시각에 경계심을 나타낸 것이다. 그 만큼 지금의 여론이 본질에서 벗어난 채 흘러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신 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어느 감독도 무조건 국가 부름에 오케이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김인식 한화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을 받아들인 부분은 분명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문제는 원칙없는 한국야구위원회(KBO) 행정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왜 원칙이 없다는 본질을 보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여론을 몰아가는지 모르겠다. 김성근 감독의 고사가 김인식 감독에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라 원칙 없는 행정 때문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무엇보다 신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김성근 감독이 WBC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한 것이 왜 존중받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 사장은 "중요한 대표팀 감독 인선 문제를 언론에 먼저 흘린 저의가 도대체 뭔가"라며 "김성근 감독이 맡는다고 하면 본전이고 만약 거부한다해도 '최선을 다했는데 김성근이 거부했다'고 말하면 된다는 책임회피를 염두에 둔 얄팍한 KBO의 계산"이라고 비난했다. "만약 김성근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받아들였다면 구단으로서도 당연히 대승적 견지에서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는 신 사장은 "왜 원칙이 없었던 본론은 쏙 빠지고 김성근 감독이 고사한 내용만 부각되는가. KBO는 8개 구단의 갈등론에 입각해 존재하는 것이다.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해야 할 KBO가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원칙을 정하지 못해 발생한 본질은 놓아두고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신 사장은 "선후배가 잘 지켜져 있는 종목이 야구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원로가 살아갈 풍토가 전혀 안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성공한 사람을 배울 생각은 하지 않고 시기와 질투만 하고 있다. 변방에 있는 사람, 비주류로 치부됐던 사람이 메인으로 들어오니 싫고 배가 아픈 것 아닌가. 그저 싸움 붙이고 구경하기 바쁘다"고 야구계 전체를 씁쓸하게 바라봤다. 또 본질은 놓아둔 채 말한마디에 꼬투리 잡고 서로 손가락질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갈등은 어디나 존재한다. 모든 구단은 원래 이기적이다. 그런 것을 조정하라고 KBO를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정작 KBO는 그런 책임질 부분에서 빠져 있다. 원칙이나 절차도 제대로 구비해 놓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문제는 김성근 감독이나 SK 구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미리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는다는 원칙만 세워놓았어도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그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신 사장은 "제안을 받은 사람은 영웅이고 받지 않은 사람은 역적이 되는 지금의 이분법적인 시각은 문제다. WBC 감독 인선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리고 사전에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계산도 해야 했다. 그런 문제를 하라고 KBO가 있는 것"이라면서도 "우리도 이번 문제를 통해 좀더 반성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SK 와이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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