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일본도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해 명문화된 원칙은 없다. 지금까지도 구단 사장들의 최종 승인 하에 정해지지 않았는가. 이번에도 사전에 노력을 했지만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을 뿐이다”. 내년 3월 열리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한국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임을 두고 최근 진통을 겪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일부에서 ‘KBO가 원칙을 미리 정하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8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직후부터 사무총장께서 SK 구단측에 WBC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시리즈가 SK 우승으로 끝나던 날에도 SK에 똑같은 요청을 했다”면서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건강상의 이유’로 대표팀 감독 자리를 고사하면서 일이 이렇게 꼬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또 “KBO에서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데 구단들이 지켜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결국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이전 김인식 감독의 제1회 WBC 감독 선임이나 김경문 감독의 올림픽 감독 선임도 이사회의 승인으로 이뤄진 일이다. 구단들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대표팀 사령탑 선정과 관련해서 기술위원회에서 1차로 복수의 후보를 선정해서 KBO 이사회에 상정하면 사장단이 최종 결론을 내리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주장이었다. 사장단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현역 감독 중에 한 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면 타구단의 협조도 이끌어내기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이나 일본도 각종 국제대회를 앞두고 대표팀 사령탑을 선정하고 있지만 명문화된 원칙은 없다. 일본도 지난 달 진통 끝에 현역 감독인 하라 요미우리 감독이 선임돼 구단의 허락을 받은 상황이다. KBO는 앞으로 선수 선발 때도 부상 등을 핑계로 대표팀 합류를 꺼리는 선수들이 나올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번 WBC 대회가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대회이기에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선수들이 은근히 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구단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KBO의 주장이다. sun@osen.co.kr KBO 이사회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