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대로 봐야겠다".
오는 11일 출국하는 선수단에 앞서 지난 9일 오후 일본으로 날아간 SK 김성근(66) 감독이 일본시리즈 우승팀인 세이부 라이온즈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9일 퍼시픽리그 챔피언 세이부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4승 3패로 꺾고 우승한 후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요미우리나 세이부나 둘다 힘든 팀"이라면서도 "세이부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 이제 제대로 봐야겠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의 각 구단에 지인들이 있는 일본통 김성근 감독이 세이부를 모를리 없다. 게다가 전력분석팀을 직접 일본시리즈에 파견, 정보를 수집해놓은 상태다.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SK는 올 시즌에 앞서 일찌감치 '아시아 최강'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지난해 아시아 시리즈에서 주니치 드래건스를 예선에서 격파하고도 다시 만난 결승전에서 무릎을 꿇은 아쉬움이 어느새 지표로 작용한 것이다. 김성근 감독도 틈틈이 "지난해 코나미컵(아시아시리즈 전신) 패배가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SK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며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일본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 덕분에 세이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부가 젊은 선수와 베테랑들이 잘 조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균형감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 요미우리에 시리즈 전적에서 2승 3패로 몰려 있었지만 2연승을 거두는 놀라운 뒷심까지 겸비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세이부를 설명할 수 없다. 세이부는 사실상 올해 새롭게 탄생한 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다. 일본통이면서도 말을 아낀 이유다.
지난 1980년대 전성기를 누린 세이부는 지난해 겨우 최하위를 모면하며 리그 5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2004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던 이토 쓰노무(46) 감독을 해임하고 와타나베 히사노부(43) 감독으로 교체했다.
처음으로 사령탑에 앉은 와타나베 감독은 과감한 선수기용과 선수단 장악력이 돋보였다. 세이부의 황금시대를 이끈 스타 투수 출신답게 마운드 운용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번 일본시리즈에서는 대타와 선발 라인업을 요미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잘 꾸렸고 맞아떨어졌다.
시리즈를 통해 젊지만 만만치 않은 기량을 갖춘 야수들도 즐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장타력을 갖췄으며 수비도 안정적으로 해냈다. 많은 부분이 SK와 닮았다.
개막 나흘전 SK 선수들보다 먼저 일본땅을 밟은 김성근 감독이 세이부의 어떤 약점을 찾아낼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