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33. SK 와이번스)은 한국 프로야구판에서 자못 경이로운 존재이다. 큰 경기에서 놀라운 집중으로 흐름을 뒤집어놓는 힘을 발휘할 때가 특히 그렇다.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창단 8년만에 처음으로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김재현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1, 2차전 연속 홈런(작년 6차전 포함 시리즈 3연속 홈런 신기록)을 기록하며 제 구실을 톡톡히 해냈다.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패했던 SK가 만약 10월27일에 열렸던 2차전에서 시리즈의 흐름을 바꾸어놓은 김재현의 홈런 한 방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역시 김재현이 왜 ‘가을의 사나이’로 불리는지 여실히 입증한 무대였다. 김재현은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됐다. 2004년 LG 트윈스에서 첫 FA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한 후에 다시 얻은 것이다. 그의 진로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더우기 김재현은 올 시즌에 김성근(66) 감독 특유의 변함없는 플래툰시스템의 틀 속에서도 108게임에 출장, 타율 3할1푼(297타수 92안타), 60타점(팀내 2위), 10홈런(팀내 3위)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인 작년 시즌에 84게임에 출장, 타율 1할9푼6리, 5홈런, 19타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본다면, 플래툰시스템에 나름대로 적응을 잘 했다는 평가를 들을만하다. FA로 풀렸다는 소식을 듣고 최근 김재현의 친정팀인 LG 트윈스의 홈페이지 쌍둥이 마당에서는 일부 열성 팬들이 ‘김재현 LG 유니폼 입히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재현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 “우선 협상 기간인만큼 SK와 재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원론적인 견해를 밝혔다. -FA가 됐다. 거취에 주변의 관심이 높다. ▲11월19일까지 원소속 구단과 우선협상 기간이므로 SK와 협상을 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다른 팀과 관련한 얘기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재계약을 할 수 있다면, SK에 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 SK에서 (FA를) 시작했으니까. 만약 안되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재계약에 특별히 원하는 조건이 있는가. ▲그런 것은 없다. 다만, 선수로서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다고 형평성을 무시하고 터무니없는 조건은 내걸지 않겠다. -플래툰시스템 속에 올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 시즌 제 성적은 냈다고 생각한다. -유독 큰 게임에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한국시리즈같은 관중들이 많은 큰 게임은 심적으로 편하고 집중력이 더 생긴다. -아무래도 김성근 감독의 플래툰시스템 때문에 경기 출장에 제약을 받아왔는데, 어떤 생각인가. ▲좌투수가 나오면 못뛴다는 것은 감독 방침이기 때문에 내가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불편한 것은 사실이고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그렇지만 감독 스타일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고 따라갈 수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맞춰가야하지 않겠는가. -아시아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세이부-요미우리 저팬시리즈 7차전을 봤는가. ▲세이부나 요미우리, 두 팀다 투수진이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7차전을 지켜봤지만 세이부는 투수들의 기교가 좋고 배팅력이나 내야 수비력이 강한 것같다. 그렇지만 해볼만하다. 자신 있다. -아기(예빈)가 한창 귀여움을 떨겠다. 2세 계획은. ▲내년 3월12일이 두 돌이다. 둘째는 내년쯤 생각하고 있다. 김재현은 2004년 시즌 후 총액 20억 7000만 원의 조건(2008연봉은 3억 원)으로 SK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보금자리를 옮긴 다음 SK 팀 주축 선수이자 선배 선수로서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그 결실로 2007, 2008년 이태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현재로선, 김재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SK 잔류냐, 아니면 LG 복귀냐 두 갈래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현은 아시아시리즈 기간중(도쿄 체류중)에 SK 구단측과 우선 협상을 벌일 작정이다. 여의치 않다면 LG로 방향을 틀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LG 구단측은 FA 영입 등 전력보강 문제를 놓고 종합적인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 김재현과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드러난 것은 없다. chuam@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