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대표팀, '형평성'에 맞는 원칙 세워야 한다
OSEN 기자
발행 2008.11.11 10: 38

[OSEN=김대호 객원기자] '국내선수는 무조건 차출이고, 해외선수는 자율 판단인가'. 내년 3월 펼쳐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대표팀 구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 단장들은 10일 모임을 갖고 WBC 대표에 뽑힌 선수들을 조건 없이 보내주기로 합의했다. 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거부하는 선수들도 일단 대표팀에 합류시켜 코칭스태프가 판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단장들의 이 같은 합의가 '선언적 의미' 이상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무엇보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와 사전 의견조율이 이뤄졌느냐는 문제이다. WBC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노조의 협의로 만들어진 대회다. WBC대회 운영규정에 내년 1월15일까지 선수들의 참가 동의서를 반드시 제출하도록 규정짓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KBO는 선수협회와 대회참가에 대한 기초협약을 맺도록 돼 있다. 이런 대회 취지에 맞지 않은 결정에 대해 국내선수들의 권익단체인 선수협에서는 바로 반기를 들었다. 권시형 선수협 사무총장은 11일 "이번 대회는 병역특례 등이 없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선수들 자신의 출전의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부상선수들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대표팀에 보내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역시 반발하고 있다. 국가를 위해 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은 영광이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선발절차에 원칙이 없는 점을 아쉬워했다. 당장 대표팀 거부의사를 밝힌 김동주(두산)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지 의문이다. 특히 선수들이 불만스러워하는 점은 해외파들은 스스로 참가여부를 결정하고, 국내파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박찬호와 이승엽이 차례로 WBC 대표팀 합류를 거부해 전력약화가 예상되는데도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놓지 못한 채 속수무책이다. 언론을 통해 사실상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누구도 탓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찬호 이승엽의 불참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국내선수들에게 '무조건 참여'를 강요할 수 있을까. 특히 박찬호는 선발진입, 이승엽은 떨어진 위상회복 등 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대표팀을 고사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선수들은 부상까지 진정성의 의심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선수들은 해외파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애국심 운운하면서 '경의'를 표하는 분위기인데 반해 국내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매우 못마땅해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병역특례를 받은 선수들은 해외파, 국내파에 상관없이 국제대회 의무적 참가횟수나 기간 등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대만이 이와 같은 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팀 차출 무조건 협조'는 국내파 선수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애국심은 비난할 순 있어도, 강요의 대상은 아니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