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이승엽(32)은 어떤 심정으로 구단을 찾았을까. 이승엽은 지난 10일 도쿄 시내의 구단사무실을 방문했다. 목적은 귀국인사와 함께 WBC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하기 위해서였다. 2006년 귀국 때와는 사뭇 달랐다. 당시는 최고 성적(41홈런, 108타점)을 거두고 당당하게 들어갔다면 올해는 미안한 마음을 안고 구단 문을 열었다. 이승엽은 개막과 함께 부진에 빠져 110일 간의 2군생활을 했다. 3월에 이어 여름에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느라 팀을 비웠다. 복귀한 뒤 팀의 대역전 리그 우승에 기여했지만 2할4푼5리 8홈런의 성적을 남겼다. 일본시리즈에서는 18타수2안타의 부진했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었던 하라감독에게 보답을 못했다. 스스로 인정할 만큼 일본시리즈 패인으로 지목받았다. 이승엽은 이날 구단과 하라감독에게 선물을 주었다. WBC 불참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대표팀에서 은퇴, 팀을 위해 훈련에 정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06년부터 국가대표로 뛰느라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공백이 빚어졌고 준비하고 연구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모든 것을 잊고 철저히 준비해 팀을 위해 뛰겠다는 의지였다. 하라감독에게는 또 다른 의미의 선물이었다. 하라 감독은 내년 WBC 일본대표팀 사령탑이다. 한국은 일본의 라이벌이다. 국제대회에서 여러차례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의 격침시켰던 선수가 바로 이승엽이다. 이승엽이 대표팀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은 하라의 WBC 명운에 중요한 전기가 될 수도 있다. 는 11일자 보도를 통해 기요다케 대표는 일부러 구단을 찾아 사죄의 걸음을 한 이승엽의 성의에 배려했다고 전했다. 왠지'사죄'라는 말이 거슬리는 대목이다. 이승엽은 적어도 그런 마음을 갖고 구단을 찾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신문은 기요다케 대표가 "부진한 성적을 올려 미안하다. 어떻게든 내년에 굴욕을 풀겠다"는 이승엽의 말을 소개하며 내년 시즌 기대를 했다고 전했다. 이승엽의 WBC 불참선언으로 구단과 하라감독이 마음이 조금 풀렸다는 뜻인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이승엽 없는 대표팀을 생각하자니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