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인 연극과의 열애…성기웅 연출가
OSEN 기자
발행 2008.11.11 15: 13

[OSEN-박희진 기자] 연극 실험에 재미를 붙인 연출가 성기웅을 만났다. 이번엔 무슨 실험이 한창인가? 연극 ‘과학 하는 마음’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등 대학로에 실험적인 이야기로 신선하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성기웅 연출가가 이번엔 로맨틱 코메디에 도전했다. 2005년 초연 이후 다섯 번째 관객몰이에 나섰던 ‘70분간의 연예’가 ‘원나잇스탠드’라는 쇼킹한 소재를 선보여 새로운 팬층을 확보했다. “쿨 한 연극을 하고 싶다” 며 절제된 정서를 연극으로 표현하고 싶다던 성기웅의 로맨틱 코메디 연극 ‘70분간의 연예-원나잇스탠드’. 연애가 하고 싶어 연애이야기를 계속 다루겠다는 그의 ‘연애 이야기’가 궁금하다. 연극 ‘70분간의 연애’는 어떤 작품인가? 로맨틱 코메디다.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는 처음 접하게 됐는데, 작품을 본 관객들의 표현이 재미있었다. 기존에 했던 작품과는 관객의 반응이 달랐다. ‘70분간의 연애’ 답게 커플들이 보는 연극이라는 데에 매력을 느껴 시도했었다. 관객들은 처음에 어색해 하더니 연극이 끝나고 나면 한층 가까워지더라. 막이 내리면 손을 꼭 붙잡고 소극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재밌었다. 2시간도 안돼서 관객을 변하게 만드는 힘이 ‘70분간의 연애’에 있다. 2008년 새롭게 선보이는 ‘70분간의 연애’에선 무엇을 볼 수 있나? 이번엔 ‘원나잇 스텐드’다. 내용이 ‘섹스앤더시티’의 도시적인 느낌이 강조됐다. 세련된 감각으로 포장하려했다. 도시적이 느낌으로, 그러나 연극의 제작여건은 쉽지 않다. 디자인이나 인테리어를 소극장 무대에서 다 표현하기는 어려웠다. 무대나 음향도 마찬가지였다. 아쉬운 점들이 많긴 했지만, 이 연극으로 어색했던 이들이 흡수되는 묘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표현한 것들에 호응도 좋았고 언어를 표현하는 것에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늘 얘기했던 바지만, 우리연극에는 아직도 열악하고 불우한 것으로 이야기 하려는 시도가 많다. 난 시대에 적합한 연극을 보이려고 했고 그 시대를 반영해 이 도시에서의 외로움과 쓸쓸함에서 피어나는 사랑에 대해 표현했다. 연극 ‘70분간의 연애’는 데이트코스용 연극이라는 평이 많았다. 객석을 커플로 가득 채우던 ‘70분간의 연애’가 ‘원나잇스탠드’로 새롭게 선보이며 관객층이 변화했다. 처음부터 관객층을 겨냥한 의도적인 연출인가?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의외로 싱글족에게 인기가 있었다. ‘섹스엔더시티’의 도시적인 분위기를 살렸고 도시에서 외로운 사람들을 표현해서인지, 여자들 심리를 반영해서 인지, 분위기가 그들과 통했던 것 같다. 사실 ‘70분간의 연애’ 답게 연인들을 위해 연출을 시도했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여자 싱글들이 친구들과 동행해 즐겁게 보고 가는 것을 봤다. 솔로인 사람들도 이 도시에서 사랑과 연애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된 것 같다. ‘70분간의 연애’가 꼭 커플들만이 보란 법은 없지 않느냐, 이젠 사랑을 못하고 있는 이들도 사랑을 좀 봐라. 연극 ‘70분간의 연애’에서 새롭게 시도된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난 늘 언어로 시도한다. ‘70분간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연극에서 줄 수 있는 언어가 많은 것을 활용했다. 특히 ‘70분간의 연애’에선 요즘 사람들이 쓰는 말, 세속적인 말들을 많이 사용했다. 그 말 속에 재미를 찾았고 그 언어들로 현대 일상을 그려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은어나 세속적인 말들이 많이 등장한다. 연극이 무조건 바르고 고운 말만 쓰란 법은 없지 않은가?! 말이 빚어낼 수 있는 다양한 것을 잡아내려고 했다. 문자 메시지를 통한 영상 언어와 소리의 이미지도 이용했다. 그 동안 계산된 언어를 사용하던 대사도 배우들의 에드리브를 이용하기도 했다. 연출가 성기웅이 만들고 싶은 연극은 어떤 것인가? 전달하고 싶은 주제나 감정을 배우나 연출가, 작가가 객석에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관객이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싶다.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연극무대라면 라이브로 배우들과 소통하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서로 소통이 되어야 하는 것이지 주입식으로는 어렵다. 난 서로 소통하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 연극을 만드는 사람이건, 보는 사람이건 연극으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 실험적인 연극의 새로운 시도로 일상을 이야기 하는 젊은 연출가 성기웅. 커플들이 장악했던 ‘70분간의 연애’에 신선한 싱글족을 끌어들여 도시적 사랑의 재미를 가미할 줄 아는 연출가로 거듭났다. 바르고 정직한 말 장난으로 소소한 재미를 더해 현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jin@osen.co.kr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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