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국장 “외주정책, 뜻밖의 부작용 낳았다”
OSEN 기자
발행 2008.11.12 10: 08

“17년이 지나 뚜껑을 연 지금 결과가 과연 좋은가?.” 드라마 시장이 위기다. 치솟는 제작비로 지상파 방송 3사는 드라마를 하나둘씩 폐지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이 같은 드라마 제작환경의 변화에는 스타 개런티의 급상승 이외에도 외주제작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외주정책, 초기의 목적과는 반대의 양상 SBS 구본근 드라마 국장은 11일 기자와 만나 지난 91년 실시된 외주정책과 관련, 초기에 정책을 마련한 목적과는 다르게 반대의 양상을 보여 가고 있다고 피력했다. 구본근 국장은 “현재 드라마의 핵심은 2가지다. 첫 번째로 외주의무 편성비율이 35%인 것. 두 번째가 외주제작활성화를 위한 비대칭규제다”고 운을 뗐다. 구 국장은 “당시는 편성권을 가진 방송사와는 달리 외주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자금 확보를 할 차원으로 비대칭규제가 마련됐다. 외주제작이 활성화되면 컨텐츠가 많아지고 그 컨텐츠로 한류에 부흥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의 목적은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뜻밖의 부작용을 낳았다. 십 몇 년이 지나 뚜껑을 여니까 과연 결과가 좋은가. 첫 번째로 육성한 외주제작사 중에 살아남은 외주제작사가 단 한군데라도 있는지. 두 번째로 그렇다면 방송사는 살아남았는지, 세 번째 당초 외주의 편성비율이 35%였던 것이 지금은 90%가 되고 100%가 됐다. 과연 그 정책에 의미가 있는 건지 되묻고 싶다”고 얘기했다. 겨우 맞춘 제작비는 다시 스타의 개런티로…악순환의 고리 구 국장은 “방송법상 자체제작의 협찬은 금지되어있는 반면, 외주제작은 허용되고 있다. 이 비대칭 규제를 견제하기 위해 추가적인 것이 PPL인데, 방송사의 PPL은 불법이고, 외주사의 협찬은 합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겨우 협찬과 PPL로 맞춘 제작비는 다시 작가와 스타의 몸값이 올라가는 데 쓰인다. 스타들의 몸값은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 낮추기 힘들다. 여기에 광고 여건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악순환이 반복되며 중간에 낀 방송사는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시청자들은 광고를 봐주는 댓가로 질 좋은 컨텐츠를 볼 수있다. 외환 사정이 어려워지고 광고가 붙질 않으니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톱스타들이 드라마를 하겠다고 나서도 싫다. 겁이 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장,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구 국장은 현재 드라마 시장이 이미 질이 떨어질 때로 떨어지고 돌이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몇 년이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봐서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구 국장은 “올해와 내년까지 아마 드라마 시장은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제작비도 더 줄어들 것이고 편수도 더 줄어들 것”이라며 자동차 제작에 드라마 시장 환경을 비유했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새로운 자동차를 계속적으로 만들어내는데, 공장의 창고에는 팔리지 않는 자동차가 계속 쌓여있다. 여기에 자동차를 만드는 제작비가 점점 줄어들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일드라마는 한 4000정도 투자해서 700정도 건지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울며겨자먹기로 하고 있는 셈이다. 금요드라마 폐지를 비롯, 일일드라마 또한 내년에 폐지될 수도 있고, 2개의 주말드라마 중 하나를 폐지할 수도 있다. 폐지가 별다른 것이 아니라 후속 준비를 하지 않으면 폐지라고 본다. 하지만 폐지에도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타당성있는 이유가 존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BS에서 드라마 폐지 대신 예능을 배치하는 데 관련해서도 “드라마가 1억 2000이 든다면 예능은 5000정도가 든다. 둘 다 어차피 광고가 붙질 않으니 비용을 줄여서 적자를 줄이자는 측면”이라며 “12월께면 방송 3사 모두 드라마와 예능 포지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극복할 타개책은... 구 국장은 이 같은 제작 시장을 타개할 방책으로는 “솔직히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 국장은 “경제가 좋아지고 광고가 많아져야 하는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 만든 외주정책에 관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과적으로 지상파의 제작비 조달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외주정책의 실패, 한정된 광고 시장이 드라마의 폐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국장은 “드라마 하는 사람들도 한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배우 작가 스태프 모두 거품을 줄일 때다. 뚜렷한 촬영 목적이 없으면 해외촬영도 가지 말아야한다. 목적 없이 간 게 얼마나 많나. CG등 제작비 많이 드는 TV드라마 제작기법 또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제작비에는 거의 스타들의 출연료가 대부분”이라며 “스타들 대부분이 영화를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구 국장은 7일 방송 3사가 비공개로 가진 회의에서 배우들의 드라마 1회 출연료를 제한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아직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담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2월께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1500만원선이 될 수도 있고 그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말했다. yu@osen.co.kr 오른쪽이 구본근 SBS 드라마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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