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 선출, '제2의 김동주' 보상책도 세워야
OSEN 기자
발행 2008.11.13 07: 43

프로야구 선수와 감독은 힘든 직업이다. 구단이 제시한 목표치에 합당하는 성적을 내야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경기 뒤켠에는 '어려운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 사업자'라는 직함을 달고 프로야구 계에 종사 중인 그들에게 '국가 대표'라는 명예는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모두가 바라듯 건강한 모습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최악의 경우 아무 혜택도 받지 못한 채 개인의 자아 실현에 치명적인 장애물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오는 2009년 3월 벌어지는 제 2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코칭스태프 인선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1회 대회서 지휘봉을 잡았던 김인식 한화 감독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다시 사령탑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코칭스태프 구성에 문제가 있다. 10개월 간 올림픽 대표팀에 힘을 기울이는 동시에 김광수 수석코치를 비롯한 4명의 코치를 대표팀에 넣었던 김경문 두산 감독은 "고사의 뜻을 밝힌 감독들을 무조건 매도할 수 없다. 프로 구단의 시즌 성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해야 하지 않는가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 대회서 좋은 성적으로 한국의 상위 진입을 이끌어도 소속팀 성적이 급전직하 한다면 사령탑은 결국 단두대에 목을 내밀 수 밖에 없다. 그에 대한 '지휘자 구제책'은 어디에도 없다. 10년 전 신장암 수술로 인해 현재는 단 하나의 콩팥으로 선수단을 지휘 중인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스프링 캠프서 응급실을 세 차례나 다녀왔다. 올시즌에도 몇 차례 위태로운 상황이 있었다"라며 고충을 호소한 바 있다. 김인식 감독 또한 2004년 말엽 뇌졸중으로 인해 위태로운 상황을 연출한 바 있다. 단순한 팀 성적이 아닌 '생존권'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여기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엄청난 희생이 따른다. 지난 2000시즌 3할3푼8리 32홈런 90타점 20도루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던 중 시드니 올림픽 직전 무릎 부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되었던 송지만(36. 히어로즈, 당시 한화)의 경우도 있다. 당시 3시즌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호타 준족의 '황금 독수리'로 명성을 떨치던 송지만은 무릎 부상 이후 8시즌 동안 평균 6.5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06년 3월 WBC 아시아 예선 대만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한 김동주(32. 두산)에게 돌아온 것은 그해 2할5푼 4홈런 16타점이라는 초라한 성적표와 한 해 뒤로 미뤄진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 뿐이었다. 국제 대회가 아닌 시즌 도중 부상자에게도 등록 일수에 60일을 더해주는 '부상자 특례 조치'를 갖춘 일본과는 달리 KBO는 김동주에게 1년의 기다림을 부여했다. 주포를 잃은 두산은 그 해 '두점 베어스'라는 오명을 얻으며 5위를 기록,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동주 또한 1년을 허송세월했다. 세상 어느 누구보다 전성기가 짧고도 강렬한 프로 스포츠 계에서 김동주는 분명 아쉬운 케이스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그 존재가 구성원 모두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고 자유롭게 행복과 자아 실현을 추구할 수 있는 조건을 부여할 때 존귀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민생을 구제하지 못한 채 구성원을 불구덩이로 몰아 넣는 지도자가 원성을 듣는 이유다. 의도적인 특혜를 노리는 일은 분명 비난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개인의 행복 추구를 넘어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 그에 대한 보상 체계 또한 확실히 갖춰져야 한다. 감독과 선수들은 입지가 불안정한 '개인 사업자'일 뿐이다. 김경문 감독은 야구 대표팀 전임 감독제는 어떤 지에 대해 묻자 자세한 답변을 회피하면서 "시간이 답을 알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 팬들은 그 해답이나 적절한 대안이 하루 빨리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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