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대 SK의 대결이다". 마치 거울을 보고 싸우는 격이다. SK는 13일 오후 6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2008 아시아시리즈 첫 경기 상대인 일본 챔피언 세이부 라이온스를 '일본의 SK'로 간주하고 있다. SK 전력분석팀 김정준 과장은 지난 12일 첫 공식훈련을 마친 후 "그동안 세이부를 분석한 결과 한마디로 일본의 SK라고 보면 된다"고 평했다. 그만큼 까다롭고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 특히 공백은 있으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김 과장은 "주전 9명이 빠졌다고 하지만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어떤 선수가 나오더라도 전력에 대한 손실이 크지 않다. 모든 선수들이 홈런을 칠 수 있을 만큼 힘도 갖췄고 투수력이 무엇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또 "선수들이 멀티 플레이가 가능한 만큼 시즌 때와는 다른 전략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단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세이부 와타나베 히사노부 감독은 아시아시리즈에 앞서 주력 선수 9명을 이번 대회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 내야수 크레이그 브라셀, 외야수 이람 보카치카, 투수 매튜 기니, 알렉스 그래먼 등 4명의 외국인 선수는 귀국했다. 각각 왼쪽 옆구리와 오른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나카지마 히로유키와 포수 호소카와 도루도 빠졌고 베테랑 투수 니시구치 후미야, 이시이 가즈히사도 제외됐다. 왼 발목 부상으로 일본시리즈에도 나오지 못한 G.G 사토도 나오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분명 엄청난 전력 누수가 있었다. 특히 올 시즌 3할3푼1리로 퍼시픽리그 타격 2위에 오른 주전 유격수 나카지마의 공백은 공수에서 많은 손실이 예상된다. 기필코 우승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SK에서는 분명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하지만 SK는 꼭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46홈런으로 퍼시픽리그 홈런왕과 타점 부문 3위를 차지한 3루수 나카무라 다케야가 건재하다. 유격수 포지션까지 소화할 수 있는 2루수 가타오카 야스유키도 있다. 가타오카는 톱타자로 활약하며 2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 이미 SK 투수들에게는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리그 타격 4위를 차지한 구리야마 다쿠미 등 탄탄한 테이블 세터진에 요소요소에 소총과 대포부대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선수 구성이 신구의 조화가 완벽하다. 20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요소요소에 베테랑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사실상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점에서 SK와 비교할만하다. 무엇보다 와타나베 감독의 경력을 통해 세이부 전력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올해 1군 감독 부임 첫 해지만 2001년 은퇴 후 TV 해설위원, 2004년 세이부 2군 투수, 2005년 2군 감독 겸 투수 코치, 작년에는 2군 감독을 각각 역임해 선수들을 보고 키우는 재능이 탁월하다. SK가 올 시즌 내건 '2군의 1군화'라는 측면에서도 맞닿아 있다. SK는 올 시즌 이호준, 정경배 등 주축 선수들이 빠진 채 시즌을 맞았다. 시즌 중에는 박정권, 박경완 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돼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그 만큼 차선에 대한 대비책이 훌륭했다. 이런 SK가 스스로 세이부를 닮은꼴로 인정한 것이다. "일본시리즈의 열전으로 선수들이 만신창이"라면서도 "전력을 다해 우승을 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와타나베 감독의 말이 SK 입장에서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SK가 일본의 SK라고 인정한 세이부와의 대결은 13일 첫 경기는 물론 16일 결승전에서도 맞붙을 것이 유력한 만큼 더욱 흥미를 끌고 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