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안방마님이 귀중한 승리를 견인했다. 2008 아시아 시리즈 개막 직전 왼쪽 아킬레스건 통증을 호소하던 박경완(36. SK 와이번스)이 세이부 라이온스전 승리의 숨은 공신이 되었다. 박경완은 13일 도쿄 돔서 벌어진 2008 아시아 시리즈 세이부와의 경기서 8회초 마스크를 쓰고 출장, 좌완 이승호(27)와 찰떡 궁합을 선보이며 4-3의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상대 4~6번 타자를 탁월한 볼배합으로 솎아낸 모습은 '역시 최고 포수'라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박경완은 8회초 첫 타자인 나카무라 다케야(25)를 상대로 과감하게 초구 몸쪽 변화구를 주문한 뒤 2구 쨰 바깥쪽 직구로 안배하는 모습을 보이며 2-0으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이끌었다. 46홈런을 기록하며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오른 나카무라였기에 몸쪽 공 주문은 모험과도 같았으나 초구 스트라이크가 맞아 떨어진 것이 절묘했다. 박경완-이승호 배터리의 결정구는 몸쪽으로 흐르는 커브였다. 20대 초반의 구위를 되찾은 듯한 이승호의 공도 좋았으나 안팎을 두루 찌른 박경완의 볼배합이 눈부셨다. 박경완은 마쓰자카 다이스케(28. 보스턴)와 함께 요코하마고 전성기를 이끌던 5번 타자 고토 다케토시(28)를 상대로 빠른 직구를 주문해 헛스윙 삼진을 이끌었다. 뒤이어 박경완은 후속 타자 사토 도모아키(30)에게는 직구-커브 후 몸쪽 체인지업을 주문해 2루 땅볼로 일축하며 한 점 차 리드를 그대로 지켰다. 9회초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에토 아키라(38)는 이승호의 낙차 큰 슬로커브에 서서 삼진당하고 말았다. 에토는 히로시마-요미우리를 거치며 90년대 센트럴리그를 풍미했던 최고의 오른손 거포 중 한 명이었으나 SK 배터리의 절묘한 호흡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하라 다쿠야(24)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승호를 다잡은 선수 또한 박경완이었다. 박경완은 발빠른 스위치 히터 아카다 쇼고(28)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다시 한 번 국내 최고 포수의 명성을 확인시켰다. 2-0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타자의 허를 찌른 바깥쪽 직구는 대담함과 노련함이 동시에 엿보인 1구였다. 부상에도 불구, 팀의 중요한 경기를 위해 '세이브 포수'로 활약한 박경완. 상대 타자보다 1~2수를 더 앞서 간 그의 노련한 리드는 승리 투수 이승호의 공을 춤추게 하는 동시에 정상호(26), 이재원(21) 등 젊은 포수 요원들에게 좋은 교본이 되었다. farinelli@osen.co.kr
